4시간 반 판결문 낭독…‘사법농단’ 양승태 1심 무죄, 박병대ㆍ고영한도 무죄

입력 2024-01-26 19:40수정 2024-01-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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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만 4년 11개월…공판 290차례, 재판에 출석한 증인 211명

법원 “‘강제동원 재판관여’ 직권남용 인정 안 돼”
'전교조 법외노조'ㆍ'국정원 대선개입' 증명 없어
'통진당 행정소송' 재판 관여도 범죄 입증 못 해
'법관 블랙리스트'ㆍ'연구모임 와해' 인정 안 돼

▲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4년 11개월간의 재판 끝에 1심에서 47개 혐의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ㆍ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했다.

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ㆍ박 전 대법관ㆍ고 전 대법관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취임 후 임기 6년 동안 박 전 대법관ㆍ고 전 대법관ㆍ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통해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자신의 뜻에 반대한 법관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며 인사에 관여하는 등의 혐의로 2019년 2월 구속 기소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사법부 수장이 구속기소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법조계에서는 사법권 독립 침해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에 큰 관심이 모인 상황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사실은 47개에 달하는데, 그 중 가장 주목받았던 건 소위 ‘재판거래’ 의혹이다.

사법부의 숙원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2013년 당시 박근혜 정부, 외교부 등과 교감하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재판 등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제 동원자 판결 관련 검토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일반적 직무권한’일 뿐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같은 맥락으로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기 위해 내부 기밀을 수집하고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 법관 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그 소속 인권과 사법제도 모임(인사모) 대한 대응방안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 등에서는 일부 직권남용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봤으나 “피고인들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 판단했다.

법원행정처를 통해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거나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등 다수의 혐의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혐의에 관한 판단을 전부 읽어 내려가면서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선고는 6시 30분께가 돼서야 종료됐다.

쉬지 않고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던 판사가 4시 40분께 '10분간 휴정'을 선언하는 등 이례적인 진풍경도 목격됐다.

앞서 검찰은 2019년 피고인들을 기소하면서 A4용지 3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의 47개 공소 혐의를 재판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후 4년 11개월 동안 공판만 290차례나 열렸고 재판에 출석한 증인도 211명에 달했다. 한 차례 재판부가 바뀌면서 앞선 재판의 녹음파일을 복기하는 데에만 7개월 가량 소요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사법제도의 신뢰성을 무너뜨렸다"며 양 전 대법원장에 징역 7년, 박 전 대법관에 징역 5년, 고 전 대법관에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이날 각 무죄 선고 직후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1심 판결의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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