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불황에 임상 ‘뚝’…CRO는 대금도 못 받아

입력 2024-01-26 09:00수정 2024-01-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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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불황에 임상 건수 2020년 이후 2년 연속↓
병원‧CRO에 임상 비용 납부 못하는 기업도 있어
임상시험 스폰서 보험 제도 있지만 ‘유명무실’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 업계의 불황에 임상을 수행하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상이 감소하며 계약이 줄었고,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CRO 기업이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CRO는 신약을 개발하는데 필수인 임상을 진행하는 기관이다. 제약사의 의뢰를 받아 임상 시험 설계, 컨설팅, 모니터링, 데이터관리, 허가 대행 등의 업무를 맡는다.

CRO 시장은 바이오 업계가 활황기를 겪은 코로나19를 전후로 급격히 성장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CRO 산업 시장은 2020년 대비 24.3% 성장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 재단의 통계에서는 국내 임상 건수가 2017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다 2020년 432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시장이 악화되고,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며 CRO 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2021년 421건, 2022년 359건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바이오기업이 자금을 절약하기 위해 핵심 파이프라인만 남겨두고 임상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이미 임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병원이나 CRO에 대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CRO 업계 관계자 A는 “CRO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의뢰 기업과 CRO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당장 받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할지 협의한다”며 “특히 영세한 CRO는 대금을 받지 못하면 큰 타격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CRO 관계자 B도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바이오기업도 많고, 이로 인해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신용보증기금에 의한 임상시험 스폰서 보험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는 CRO 기업이 고객사로부터 돈을 받지 못할 것을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다만 계약 상대 기업이 적자면 안된다. 고객사는 이행지급보증보험이라는 제도로 임상 비용을 대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하고 보험료가 높아 가입하기 쉽지 않다. 가입 조건도 까다롭다.

업계 관계자 A는 “해외 CRO는 계약할 때 안전장치가 있지만, 국내는 CRO가 을의 위치고, 파트너 개념이기보다 갑을 관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조항을 계약서에 넣기 쉽지 않다”며 “제도가 있어도 조건이 까다로워 현실에서 적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막 시작한 바이오텍은 매출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보험제도 혜택을 누리지 못해 문제가 생기면 기업은 무방비로 무너지기 때문에 정부는 보험이 필요한 회사에 도움이 되는 보험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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