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창출 일등공신” vs “쪽박 안 차면 다행” [프랜차이즈 명암]

입력 2024-01-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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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전후 다른 본사 태도에 소송전까지

‘반짝 인기’ 탕후루, 폐업 두 자릿수 껑충
진입 장벽 낮은 카페, 창업보다 폐업 더 많아

(이투데이 그래픽팀)

“퇴직금 몽땅 투자해 야심차게 차렸는데…‘눈물의 폐업’ 신세입니다.”

중소 규모의 국밥 프랜차이즈와 계약하고 지난해 가맹점을 낸 김윤건(가명, 40세) 씨는 최근 가게를 폐업하고 같은 브랜드를 운영하던 다른 점주들과 함께 가맹본부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시작했다. 가맹본부(본사)가 계약 전엔 특정 품종의 돼지고기를 쓴다며 홍보했는데, 실제로는 이 재료를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사가 그동안 공급한 재료에는 이쑤시개나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도 자주 나왔다. 김 씨와 다른 점주들은 본사에 품질 개선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돈 벌게 해줬으면 됐지 뭐가 문제냐”는 폭언이었다.

김 씨는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가맹본사가 제공했던 재료와 비품은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가격이 최소 1.5~2배가량 더 비쌌다”며 “아무래도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지점 점주와 힘을 합쳐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형사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박창재(가명, 48세) 씨도 창업의 꿈을 안고 치킨 프랜차이즈를 차렸지만, 계약 전후로 다른 본사의 태도로 인해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본사는 당초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막상 계약을 하고나니 인테리어 공사 과정 중 다양한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박 씨는 “가게 오픈 전에 초도 물량을 현금 결제해야 하는데, 본사 마음대로 주문을 많이 넣어서 결국 재고가 쌓였다”며 “본사 로고가 찍혔다는 이유로 포장 용기는 300~500원, 봉투는 장당 150원, 앞치마는 4만8000원을 받으니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장사”라고 울분을 토했다.

치킨·커피전문점 등 외식 프랜차이즈는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아 매년 가맹점 수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프랜차이즈 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한식(4만5000개), 커피·비알콜음료( 2만9000개) 업종은 편의점(5만4000개)과 함께 가맹점 수 상위 3대 업종이다. 치킨 전문점은 가맹점 수는 2만9305개로 4위였다.

프랜차이즈를 열어 성공한 사례도 많지만 유행을 쫓아 무턱대고 가게를 열었다가 폐업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올 여름 최고 인기 간식이었던 탕후루 프랜차이즈는 최근 급속히 인기가 식어, 작년 10월 폐업한 매장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까지 매월 1~2건에 불과했던 탕후루 가게 폐업은 6월 7곳, 8월 11곳으로늘었고, 10월에는 18곳으로 급증해 정점을 찍었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 초보 자영업자들이 쉽게 선택하는 카페도 폐업이 많은 업종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3년 대비 올해 신규 카페 수가 45%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폐업한 카페 수는 무려 181% 급증했다. 창업 후 꾸준한 존속도 힘들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커피음료점의 평균 사업 존속 연수는 3년2개월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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