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한국적 설득요령 ‘싫으면 말고’

입력 2024-0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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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자기관’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뜻을 풀면, ‘평범한 사람이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 정도로 규정할 수 있다. 예컨대, 전형적인 서양인의 문화적 자기관은 ‘상호독립적 자기관’이다. 서양 문화에서는 개인이 중요하므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각자 살아가고 싶은 대로 산다.

한국인의 문화적 자기관은 어떨까? 흔히들 한국은 동양 문화에 속하므로,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맞다. 집단주의적 요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집단에 무조건 휘둘리진 않는다. 일정 수준까지는 집단 규칙에 따르지만, 선을 넘으면 저항하고 독립적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따라서 한국인은 동양인 중에서도 ‘주체성-자기’가 강하다.

예컨대, 가장 한국적인 정서인 ‘정’을 생각해 보자. 정(情)이란 무엇인가? 이타적인 정서다. 남을 위하고 남이 원하는 바를 짐작해서 제공하는 태도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진정으로 이타적인 태도는 아니다. 정은 진정으로 남을 위하는 마음이라기보다는, 내가 타인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자신을 만족시키려는 주도적인 정서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남을 배려하고 친절하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남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싶어한다. 따라서 우리가 동료 한국인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려면, 이 특성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은 상담자를 기본적으로 존중하지만, 상담자 말에 무조건 따르지는 않는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반드시 설득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내담자는 도무지 상담자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초보 상담자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내담자를 끌고 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담자도 한국인이다. 내담자 편에서 바라보면, ‘반드시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은 상담자 생각일 뿐이다.

어쩌면 줄을 힘껏 당겨야 하는 상황으로 보이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팔에서 힘을 빼야 한다. 진심으로 제안하되, ‘싫으면 말고’ 혹은 ‘선택은 네 몫’이라는 태도로 나가야 한다. 아울러, 대안을 여러 방향으로 내놓아서 상대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야 한다. 도둑은 경찰이 멈추라고 외친다고 멈추지 않는다. 경찰이 쫓아가길 멈춰야, 도둑도 멈춘다.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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