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극한의 담금질을 견뎌라”…현대차·기아 모하비주행시험장 가보니

입력 2024-01-15 08:30수정 2024-01-1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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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 한복판
여의도 면적 2배 규모 주행 시험장
혹독한 테스트 통해 최고 수준 품질 완성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오프로드 시험으로 진화

▲모하비주행시험장 내 말발굽로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기아)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을 달리니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지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58번 고속도로를 타고 모하비 사막을 한 시간 더 달리면 현대차·기아의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이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11일(현지시간) 찾은 모하비주행시험장은 드넓은 사막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2005년 완공된 시험장 면적은 약 1770만㎡(약 535만 평)로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한다. 미국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건조한 사막 날씨의 기후적 특성을 살린 다양하면서도 혹독한 주행 시험로를 갖춘 곳이다.

이곳에서는 △승차감, 제동성능, 소음, 진동 등을 평가하는 ‘현지 적합성 시험’ △차량전복, 제동거리, 사고회피속도 등을 평가하는 ‘북미 법규 시험’ △다양한 노면 상황에서 차량 상태를 평가하는 ‘내구 시험’ △부품이 혹서 환경에서 파손되는 정도를 측정하는 ‘재료 환경 시험’ 등을 수행한다.

모하비주행시험장도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강희진 미국기술연구소 차량시험개발실 책임연구원 “내연기관 위주의 혹서 내구 테스트가 주된 프로그램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주행 및 내구 테스트, 그리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가혹한 오프로드 테스트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표면 온도 54℃ 극한 환경…전기차 시험엔 제격

▲모하비주행시험장 내 고속주회로에서 차들이 달리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기아)

평균 온도가 39℃, 7~8월에는 지표면 온도가 54℃까지 올라가는 혹독한 환경의 시험장은 전기차 테스트에 최적화된 곳이다. 연구원들은 45℃ 이상의 기온과 제곱미터 당 1000W 이상의 일사량을 보이는 혹독한 날을 골라 전기차 열관리·냉각 성능 시험을 진행한다.

10.3㎞의 타원형 3차로 트랙으로 구성된 ‘고속주회로’는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험로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모사한 길게 뻗은 도로를 최고 시속 200㎞까지 주행하며 테스트할 수 있다. 최고 속도로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에 달한다.

현대차·기아는 고속주회로에서 전기차의 고속주행 안정성과 동력성능, 풍절음, 노면마찰음 등을 평가해 전기차의 성능과 내구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고속주회로 테스트는 차량 1대 당 약 3만 마일, 무려 4000바퀴 이상을 이상 없이 달려야 통과할 수 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는 배터리가 장착되는 전기차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평가할 수 있는 노면이 여럿 설치돼 있다. 다양한 외부 도로 환경을 고려해 고정악로, 장등판, 오프로드 등 총 16개 종류에서 시험이 진행된다.

특히 내구시험로는 1만 마일만 주행해도 10만 마일을 주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정도의 혹독한 조건이다. 내구시험로 내 비틀림 노면은 실제 배터리와 차량 내구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실제보다 더욱 가혹하게 구현했다. 한 모델 당 약 500여 회의 주행을 거친다.

오프로드 성능 검증 최적지…“사막의 혹독함을 견뎌라”

▲모하비주행시험장 내 오프로드 시험로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기아)

다양한 비포장도로로 이뤄진 ‘오프로드 시험로’에서는 위장막을 씌운 신형 SUV 모델과 전기차 시험이 한창이었다. 현대차·기아는 세계적 SUV 유행에 맞춰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 초기 1개 코스에 불과했던 오프로드 시험로가 7개까지 늘었다. 추가 시험로도 건설 중이다.

이승엽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상무)은 “북미 시장에서는 SUV가 60%, 픽업 트럭이 20%를 차지하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80%의 차들이 오프로드를 주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양한 오프로드 시험장을 만들어 개발 단계별로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끈 것은 제네시스 GV80 쿠페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던 구동력 제어 시스템(TCS) 시험로다. 약 1.2㎞의 길이에 다양한 경사의 모랫길로 이뤄진 시험로에서는 TSC 평가를 비롯해 오프로드 주행과 탈출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TCS는 차량이 둔덕을 넘거나 구덩이를 지날 때 차량의 구동력을 접지된 휠에 집중함으로써 쉽게 험로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오프로드의 필수 기능이다. 현대차·기아는 TCS를 시험할 수 있는 모랫길, 자갈길, 아스팔트 둔덕 등 다양한 노면을 마련해 기능을 향상하고 있다.

주행시험장 내 야외에 마련된 ‘재료환경내구시설’도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부품이 태양광과 태양열에 얼마나 내구성을 갖는지 검증하는 곳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범퍼와 헤드램프, 페인트 시편 등 수많은 부품이 진열돼있었다.

윤영준 미국기술연구소 내구시험팀 책임연구원은 “부품들이 진열된 판넬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며 낮 동안 계속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며 “다른 지역에서의 변형 시험보다 최고 30배 빠르게 내구도를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1대 개발에 2년…품질 확보로 미국 시장 잡는다

▲모하비주행시험장 내 바위시험로에서 차량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기아)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 내놓는 모든 차량은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미국 지형에 최적화된 다양한 시험을 거친다. 차량 1대를 출시할 때까지 테스트하는 기간만 최소 2년 이상이다.

애런 브룩스 미국기술연구소 종합시험팀 파트장은 “차량 개발은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긴 여정”이라며 “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천 마일 이상 주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이 같은 품질 확보 노력은 미국 시장에서의 두드러진 성장세로 결실을 보고 있다. 2020년대 들어 10% 내외의 미국 신차 판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2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은 앞으로도 고객의 니즈와 시장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빌리티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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