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포르투갈도 ‘문송합니다’

입력 2024-01-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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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좁은문’이니 ‘바늘구멍’이니 하는 수식어가 따라붙던 취업 관련 뉴스가 올해도 어김없이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야 일자리도 늘어날 텐데 국내외 상황이 어렵다 보니 구직난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청년층 경제활동 조사에서 졸업 후 첫 취업 소요시간이 평균 10.4개월로 나타났다.

포르투갈의 상황은 어떨까? 글로벌 채용대행 회사 로버트 월터스(Robert Walters)의 조사에 따르면 이곳 대학 졸업생은 일자리를 찾는 데 평균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업한 사람 중 53%는 현재 직업이 학위와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이 때문일까. 졸업생의 3분의 1 이상(39%)은 자신의 학위가 시장에서 전혀 의미 없다고 느꼈고, 19%는 기대했던 것만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곳 취업시장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공계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올해 1분기 채용 기상도에서 정보 기술, 통신 및 운송 서비스, 물류, 자동차 분야는 ‘맑음’을 보였지만 인문사회 계열에선 금융·부동산 분야와 서비스업을 제외하면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그 자체였다. 가뜩이나 기업들이 인력을 채용할 때 즉시 투입이 가능한 경력자를 선호하다 보니 대학을 갓 졸업한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취업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 돼버렸다.

지난해 5월 졸업퍼레이드 때 멋진 중절모에 지팡이를 들고 즐거워하던 한 졸업생은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낙향한 사진을 최근 SNS에 올렸다. 영문학도에 성격 밝고 K팝을 좋아하던 그녀는 몇 차례 우리 일을 도와줘서 친하게 지냈는데 졸업 후 일이 잘 안 풀린 걸까? 그녀는 “몇몇 친구들은 북유럽 국가 레스토랑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게 오히려 낫다며 떠났다”고 구직의 고충을 말했었는데 고향 집에 있는 걸 보니 자신의 선택지는 아니었나 보다.

청년층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포르투갈에는 현재 공부도 안하고 일도 안하고 직업훈련에도 참석하지 않는 15~29세 ‘NEET족’ 비율이 8.4%인 14만 명에 달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는 2030년까지 ‘젊은 NEET족’의 비율을 9% 이하로 유지하자는 유럽연합의 목표를 달성한 수치지만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은 25~29세 NEET족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12.1%라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와 경제성장의 한 몫을 담당해야 할 청년들이 사회적 배제와 경제적 취약성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거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은둔하고 있는 그들을 찾아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문 인턴십’ ‘고용 인큐베이터’ ‘기업에 채용 인센티브’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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