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바닥 기는 기시다…차기 총리 놓고 각축전 [글로벌 선거의 해]

입력 2024-01-0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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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위태로운 기시다, 오리무중 일본 경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예정
사실상 차기 총리 뽑는 자리
땅에 떨어진 기시다 리더십에 새 얼굴 주목
가미카와 요코 등 여성 총리 가능성도
한·미·일 협력 구도 영향 여부 주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가운데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시다 총리 인기가 땅에 떨어지면서 사실상 일본의 새로운 총리가 될 차기 총재 자리를 누가 꿰찰지 관심이 쏠린다.

기시다 시대 한국과 미국, 일본의 협력 구도가 강화됐는데 선거 결과 총리가 교체되면 이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한국 강경파로 꼽히는 인사가 새 총리가 되면 협력 구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 지지통신이 지난해 12월 8~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 내각 지지율은 17.1%로 집계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TV도쿄가 같은 달 진행한 조사에서 지지율은 전달보다 4%포인트(p) 하락한 26%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 모두 2021년 10월 기시다 정권이 출범한 이후 최저치이며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났던 2009년 아소 다로 내각 말기 이후로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통상 집권 여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2위인 일본유신회의 지지율은 16%, 3위인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은 13%에 머물러 있다. 이에 차기 자민당 총재가 정권을 잡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갈팡질팡하는 세금 정책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방위비 증액과 저출산 대책 등으로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더니 지난해 11월에는 소득세와 주민세를 합쳐 1인당 4만 엔(약 36만 원)의 감세를 추진하고 저소득층 가구에는 7만 엔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경제 대책을 발표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면서 기시다 총리의 입지가 한층 좁아지게 됐다. 그 결과 새로운 리더십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중 차기 총재에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지난달 닛케이 조사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2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차기 총재 지지율 2위와 3위는 고이즈미 신지로(19%) 전 환경상과 고노 다로(12%) 디지털상이 각각 차지했다. 기시다 총리는 3%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쳐 전달 조사보다 한 계단 내려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가 출신의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내 대표적 소장파로 차기 총재나 총리 후보 여론조사에서 매번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중으로부터 인기가 높은 것이 최대 강점이다. 방위상을 지낸 것은 물론 일본 정치인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방위 전문가’로 유명한 점도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글로벌 안보 지형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중의 인기와는 반대로 당내 의원과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은 것이 그가 일본의 차기 리더십 장악에 최대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농림수산성과 방위성 대신 등을 역임한 그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자민당 총재를 지낸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해 11월 22일 진행한 강연 자리에서 “차기 총재 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총재 자리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부친의 정치적 기반은 물론 개혁적 이미지도 물려받아 젊은 정치인 중에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아 일본 정계에서는 드물게 영어도 유창하다. 그러나 ‘정치 아이돌’이라는 강점이 한계로도 작용하고 있다. 노련미와 경험을 중시하는 일본 정계에서 일천한 그의 경력은 문제가 된다.

‘개혁파’ 선두주자인 고노 디지털상은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중간에 출마를 포기한 이시바의 지지를 받아 끝까지 기시다 총리와 맞붙은 최대 라이벌이었다. 그는 외무상과 방위상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내각 경험을 갖고 있으며 2020년 행정개혁상 시절 문서에 도장 찍는 문화 없애기에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타협을 모르는 독선적인 성격에 당내 입지가 약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다만 당내에서 ‘기시다 퇴진’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유력한 차기 총재로 떠오른 3명의 인사 모두 각각 한계가 뚜렷해 당에서 이들을 새 리더십으로 밀어 올려야 할지 의구심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올해 예산안을 심의하는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가 1월부터 약 두 달간 이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닛케이는 “정권이 무너질 경우 경제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조기 해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우선은 경제 대책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중의원 해산은 일본 총리의 고유 권한이다. 자신의 재선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회를 해산한 뒤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 현재 지지율이 위험 수준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 조기 해산 카드를 뽑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스캔들로 자민당 위기가 심화하면 아예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식으로 당이 일본 최초 여성 총리 배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야마에 고야 SMBC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깨끗하고 신선한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일본 최초 여성 총리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중 여성으로는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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