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실적 한파’에도…내년 설비투자 11조 원 이를 듯

입력 2023-12-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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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 내년 설비투자 규모 11조 원 추산
적자 상황 속 대규모 투자에 재무 부담 커져
비주력 사업 정리하고 투자 속도 조절

▲여수 산업단지 전경. (사진제공=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방산업 수요가 감소한 데다 중국 내 대규모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문제가 겹쳤다. 고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기대 몸집을 키워온 석유화학 업계의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업 구조 재편을 위해선 대규모 투가 불가피한데, 문제는 석유화학 업체들의 적자 상태가 길어지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거나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중 계획된 석유화학 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연간 11조 원 수준이다. 반면 예상보다 더딘 중국의 경기 회복과 공급 과잉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은 저조할 전망이다. 3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던 기업들도 4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은 925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한 해 7584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2분기에도 적자 상태가 이어졌다.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긍정적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가 사라지고 비수기 영향이 더해지며 4분기 흑자를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로 재무 부담은 크게 늘었다.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 규모는 4조9514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1조4022억 원) 대비 3.5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월 2조7000억 원 규모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마쳤다. 2025년까지 5조 원을 투입해 인도네시아에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증설과 고부가 헤셀로스 공장, 전해액 유기용매 공장 완공도 예정돼 있다.

3조 원대 투자를 추진하는 한화솔루션도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한화솔루션은 3조2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생산단지 ‘솔라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순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20.9%에서 3분기 말 27.9%까지 높아졌다. 통상 순차입금의존도가 30% 이하일 때 재무 구조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케미칼 부문)뿐만 아니라 주력하고 있는 태양광(신재생에너지 부문) 사업마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3분기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3% 감소한 559억 원을 기록했고,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82.4% 줄어든 347억 원의 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LG화학은 연간 투자액 5조 원 중 대부분을 신성장 사업인 전지소재, 친환경소재, 혁신신약 등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차입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LG화학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3조246억 원으로, 지난해 말 7조4522억 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석유화학 불황 극복을 위해 기업들의 사업 구조 재편이 시급한 만큼,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한계사업을 정리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 합작공장인 롯데삼강케미칼과 롯데케미칼자싱을 모두 매각했고, 현재 상황을 고려해 울산공장 내 페트(PET) 해중합 시설 투자 기간을 내년 6월에서 2027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은 지난달부터 충북 진천공장·음성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오는 17일에는 음성공장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규 투자가 늘수록 기업의 재무 부담은 커진다”며 “다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인 만큼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철회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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