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한국의 노만 보로그 박사를 기대하며

입력 2023-1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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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품종 갱신으로 197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노만 보로그(Norman Borlaug)박사를 기억한다. 농학자이자 식물 병리학자인 노만 보로그 박사는 새로운 밀 품종인 '난쟁이 밀(Dwarf wheat)'을 개발했다. 기존 밀 육종 이론을 넘어서 개발한 새로운 난장이 밀은 병해충에 저항성이 강하고 비바람과 흔들림에도 잘 견뎠다.

인도, 파키스탄,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에서 성공적으로 재배해 밀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켰다. 이해관계자, 관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공시킨 노만 보로그박사의 열정과 끈기를 높이 평가한다. 기아와 굶주림, 가난에 찌든 1960년대에 10억 명의 세계인구를 배고픔에서 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식량 생산을 증대시켜 세상을 변화시킨 이른바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의 선두주자가 노만 보로그 박사다.

밀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식량 작물이다. 미 농무부(USDA)에서 이번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세계전체 밀 생산량은 약 7억9000만 톤으로 추정한다. 전체 곡물 생산량의 약 28%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품목이다. 밀 생산과 수출은 미국, 러시아, 캐나다, 호주, 우크라이나등 몇 개 국가에 치중돼 있고,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시장 불안은 심화하고 있다.

우리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되자 밀 소비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약 37㎏이다. 쌀 소비량(57㎏)의 절반을 넘는다. 이대로 가면 밀이 주곡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밀 수입량은 약 260만 톤, 금액으로 따지면 11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밀 생산증대가 시급하나 현실은 매우 어렵다. 국산 밀가루 품질, 가공기술, 가격경쟁력에서 수입 밀에 비해 뒤떨어진다. 밀 자급률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요란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미미하다. 밀 품종 연구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그러나 반드시 성공 시켜야 할 국가적 과제다.

최근 밀 연구 개발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20대의 젊은 농촌진흥청 박사가 새로운 밀 육종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차진경 박사가 개발한 '스피드 육종(speed breeding)' 방식은 저온 처리로 조기 육종을 하는 기술이다. 이 육종방식을 사용하면 품종 개발 기간을 종래의 약 13년에서 7년으로 단축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다.

식물학 세계 3대 학술지인 '모레큘러 플랜트(Molecular plant)'에 게재된 차진경 박사의 연구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품종당 연구개발비 4억2000만 원이 절감되며, 5년간 153억 원의 경제적효과도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가을재배형 밀 재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연구가 어렵다. 여건이 어렵다고 모두가 포기할때 새로운 방법으로 혁신적 성과를 낸 차진경 박사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필자가 만나본 차진경 박사는 빼어난 미모에다 연구 열정과 도전 정신이 대단했다. 조만간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갈 계획인데 신혼여행도 외국의 '밀 생산 지역'을 둘러보고 싶다고 한다. 평생 한번 가는 신혼여행이다. 신혼여행 일정을 자신의 연구분야에 맞추는 차진경 박사는 한국의 노만 보로그 박사로 될 것으로 확신한다.

최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먹거리중에서 밀가루를 식재료로 사용하는데 대한 비판도 많다. 먹거리에 대한 인식도 변한다. 배를 채우는 먹거리가 아닌 음식을 통한 힐링이나 치유를 강조한다. 코로나 19 등 세계적 감염병 이후 '치유음식'에 관심이 높아졌다. 바이러스 저항성 식품, 내병성 식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 국내에서도 치유음식을 넘어 '치유산업'으로 확산된다.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에서, 산림치유는 산림청에서, 해양치유는 해양수산부에서, 치유관광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 중이다. 이달 6일 건국대학교에서 개최된 한국 행정학회 토론회에서 이제는 '치료나 보건'을 넘어 '복지'가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위한 '융합행정'이 강조됐다. 의료는 단순한 질병의 치료를 넘어 건강과 행복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하며, 부처 이기주의나 편협된 직업영역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했다.

치유의 중심은 치유음식이다. '밥이 보약' 또는 '약식동원(藥食同源)'용어가 잘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치유음식에 대한 근거법령도 없고 정부차원의 관리가 되지 않는다. 치유음식 자격증, 치유명장 자격증이 민간 차원에서 남발되어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은 이달 13일 치유음식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해 치유음식 개념, 조리과정, 의학적 근거, 법적 뒷받침 등 많은 과제를 논의했다. 치유음식에 대한 중구난방식 담론에서 탈피해 공식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농촌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국가적 과제인 지방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방이 경쟁력을 가지는 치유음식을 잘 발전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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