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패션 반전 카드는…“국내 공급망 확대로 대응해야”
전문가 "국내 공급망 활용…중저가 가성비 시장 공략"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국내 패션 시장까지 손을 뻗고 있다. 가격 경쟁력, 빠른 배송을 내세운 알리가 국내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패션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자 패션 플랫폼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알리에 따르면 11월 기준 알리의 여성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9% 신장했다. 가을·겨울 의류 상품을 50만 개 이상 늘리고 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 당시 파격적인 할인 공세를 펼친 덕이다.
알리는 올해 A.패션관을 론칭, 가성비 패션 상품을 한 데 모은 전문관을 선보였다. A.패션관에는 5000원 미만 초저가 바지부터 2만 원대 아우터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품들이 모여있다. 신상품이 매일 100만 개씩 올라오고 있다는 게 알리 측의 주장이다.
최근에는 구독자 22만 명을 보유한 패션 유튜버인 엘피디와 손을 잡았다. 패션 상품,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결과 여성 사용자도 급증했다. 지난달 기준 알리의 여성 유저의 성장률은 전년 동월 대비 약 386%를 기록했다.
알리의 위세에 패션 플랫폼 업계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안그래도 내수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매출을 뺏길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비슷한 디자인의 니트 제품은 지그재그에선 2만 원대인 반면 알리는 8000원대다. 절반 이상 저렴한 셈이다.
유명 브랜드가 아닌 일명 ‘보세 옷’은 보통 국내 업체가 중국에서 들여온다. 국내 소비자는 동대문이나 국내 온라인 패션몰에서 이를 구매해왔다. 하지만 알리가 올해 들어 패션 상품을 강화하면서 비슷한 디자인의 상품을 직구를 통해 반값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패션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사입으로 판매하는 셀러들이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면서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리뷰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국내 공급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중저가 가성비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상품의 경쟁력을 살려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업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예측 판매, 상품 운영자금 지원 등은 중국이 쉽게 흉내내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공급망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대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초저가 시장에서 경쟁하려고 하지 말고 중저가 가성비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