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상생' 정책금융 고신용자,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사각지대'

입력 2023-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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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신용등급 상관없이 면제
정책금융은 5등급 이하만 혜택
주금공 "수수료 연 0.9%로 낮아"

이사를 앞둔 회사원 A 씨는 현재 보유 중인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려고 알아보다가 금융권이 12월 한 달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통 3년이 지나야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 A 씨는 대출 받은지 2년가량 돼 중도수수료가 발생했다. A 씨는 이번 기회에 수수료 없이 주담대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1억5000만 원)의 중도상환을 신청했지만, 신용등급이 높아 약 30만 원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했다. 콜센터에 문의하니 신용등급이 높은 A 씨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책금융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들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모든 차주에 한해 한 달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 ‘갑질’, ‘종노릇’ 등 비판을 받은 은행권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내놓은 정책이다. 반면, 주금공 보금자리론 차주의 경우 취약차주에 한해 수수료가 면제된다. 매월 성실히 이자를 납부한 고신용 차주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금공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고 있는 고신용 차주는 전 금융권에서 시행 중인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주금공 콜센터는 보금자리론 차주들의 경우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나이스신용평가사 기준 804점 이하) 취약차주만 해당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달 한 달간 진행하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만 해당한다. 이들 은행은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전 차주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시중은행의 중도상환 수수료는 고정금리 연 1.4%, 변동금리 연 1.2%다. 내년부터 2025년 1월까지는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에 나선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긴급 간담회를 갖고 상생금융안을 연내 내놓기로 했다. 이에 앞서 선제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금융인 주금공 보금자리론의 경우 취약차주에게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해 ‘상생’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주담대 중 80% 이상이 정책금융을 이용하는 차주다. 정책금융 주담대를 이용하는 고신용 차주들이 혜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 5조9000억 원 중 정책자금 대출이 4조8000억 원이고, 은행 자체 주담대는 1조1000억 원에 그쳤다. 전체 주담대 이용자 중 83%가 주금공 주담대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이달 한 달간 모든 차주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이유는 상생금융 차원”이라며 “정책금융 차주들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라 혜택을 제한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주금공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연 0.9% 수준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낮다”며 “취약차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는 2025년 1월까지 연장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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