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교실의 낭만, 저 너머

입력 2023-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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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학교생활이 어떤지 궁금해하더라고요. 고등학교 시절엔 어땠는지. 경험 못 한 부분이니 궁금한가 봐요.”

사상 첫 ‘교도소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서울 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 수능 전인 13일 이곳에서 만난 학생 강사 정명주(20·연세대 건축공학과 2학년) 씨는 소년수들과 개인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16일 이곳에서 수능을 치른 이들은 징역 2년~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만 17세 이하 소년수 10명이다. 공교육 현장과 먼 이들이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교실은 어떤 풍경일까. 푸른 수의를 입고 쇠창살 안에 갇힌 이들이 상상한 교실은 꽤 낭만 가득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실 현장은 이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교실에서는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적잖게 일어나고 있다. 취재하며 만난 서울 지역 4년 차 초등 교사 A 씨는 “아동학대로 걸면 다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학생 지도도 소극적으로 하게 된다”며 “교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없으니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무고성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교육부가 9월 교실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시행하고, 국회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등 내용의 ‘교권 보호 4법(초중등교육법·교육기본법·교원지위법·유아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학교 현장의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들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등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1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후속 입법을 통해 교권을 제대로 확립하고 학생 학습권 보호의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여전히 교원들은 교육활동을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교실의 낭만을 되찾으려면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교사가 마음껏 교육 활동을 펼치고, 학생들이 올바른 교사의 지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교실의 낭만’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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