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이후 미국 원조받던 한국, 식품 강국으로
치킨ㆍ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매장 오픈 잇달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 K푸드(한국식품)가 유독 미국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6·25전쟁 이후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소시지, 통조림 등을 원조받는 국가였는데, 반세기를 넘기며 K푸드의 위상이 180도 바뀐 것이다. 미국을 필두로 해외 수출이 순항하면서 불경기 속에서도 우리 식품 기업의 실적은 타 업종에 비해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미국 농림축산식품 시장 규모는 9107억 달러(한화 약 1180조72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며, 전년 대비 3% 성장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대미 주요 수출 식품 품목은 라면, 베이커리 제품, 즉석밥 등 간편식이 전체의 20.5%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비중은 라면(8.3%)이며 뒤이어 기타 음료류(7.3%), 소스·조제품(4.6%), 조제품 기타(4.3%), 베이커리 제품(3.8%) 순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 시장에 진출한 K푸드는 주로 이민자·유학생 한인들이 소비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2010년대부터 활발한 진출, 아이돌 등 K콘텐츠가 세계적 붐을 일으키면서 최근 10년여 간 소비층이 다양해지고 파이도 커졌다.
특히 ‘한식의 세계화’미션을 갖고 2010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는 K만두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1분기 비비고 만두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무려 48%로, 압도적인 1위다. 라면도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에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하면서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위주로 판매망을 넓혔다. 그 결과 일본 라면이 창궐하던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김치 또한 미국에서 인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김치 수출액은 202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7% 늘었다.
치킨, 베이커리 등 외식 기업들도 북미 매장을 늘리며 미국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BBQ는 2006년 진출 이후 17년 만에 미국 전체 50개 주 중 절반이 넘는 26개 주에 250여 개 매장을 열며 순항 중이다. 미국 BBQ는 치킨 외에 순두부, 떡볶이 등도 판매하며 ‘ K푸드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한국 베이커리 대표주자인 파리바게뜨·뚜레쥬르도 급격히 매장 수를 늘리며 둘다 ‘2030년 1000호점’을 비전으로 세웠다.
이 정도면 우리 식품기업의 미국 시장 성공 비법이 궁금해질 때다. 본지는 총 7회에 걸쳐 국내 식품·프랜차이즈 기업의 미국 성장 스토리를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