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르기니 탔더니만”…여소야대 극복없인 3대 개혁도 재정준칙도 ‘요원’ [미리보는 제22대 총선]

입력 2023-1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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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4월 총선은 집권 3년차 윤석열 정부의 3대(연금·노동·교육) 개혁 과제는 물론 민생·경제 국정과제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다. 국민의힘은 대선을 거쳐 여당이 됐지만 의회 권력은 여전히 국회 의석 과반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뒤집지 못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은 사장될 공산이 크다. 총선 결과에 따라 ‘식물정부’ 혹은 국정동력 확보의 중대 기로에 놓인 셈이다.

巨野 벽 앞에 초라한 與…국정과제 뒷받침 난망

제22대 총선을 5개월 앞둔 12일 정부여당의 국정과제 입법 드라이브는 2년째 민주당에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해 4년간 ‘수적 열세’가 확정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정권교체에 따른 대통령 법률 재의요구권(거부권) 확보는 국민의힘에 큰 힘이 됐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과반 여당’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임대차 3법·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대북전단금지법 등을 무차별 통과시켰지만, 현재는 거부권→재의결 과정을 거쳐 저지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을 다시 가결시키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이후 추진한 양곡관리법·간호법이 이러한 절차를 거쳐 무산됐고, 9일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방송 3법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하다. 입법 주도권이 없는 탓에 법제화가 필요한 쟁점 국정과제는 야당 동의 없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준칙(적자폭 3% 이내)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이 일례다. 재정준칙은 건전재정을 재정운용기조로 내건 정부의 필수 입법과제다. 국민의힘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처리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이 추경을 요구하면서 논의가 공전하고 있어서다. 공급망법·우주항공청법·첨단산업인재법도 여야 이견으로 상임위 계류 중이고, 고용세습 근절(공정채용법)·근로시간 제도 개편 등 입법을 요하는 3대 개혁도 사실상 총선 이후로 넘어간 상태다.

與 총선 패배는 곧 ‘식물정부’…이기면 국정 탄력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는커녕 레임덕을 각오해야 한다. 정국 주도권을 잃은 식물정부로서 임기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폐기된 쟁점법 광풍이 휘몰아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미 새 양곡관리법을 다수 발의했고, 7월 의원총회에서는 간호법 재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인사는 “지는 순간 국정, 개혁과제는 올스톱이라고 보면 된다”며 “민주당이 예산을 무턱대고 푸는 포퓰리즘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 대한민국 경제가 회복 불능이 될 정도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상정안 투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연합뉴스 )
반면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면 민주당의 강행 입법에 급제동이 걸리는 한편 국회에 발목이 묶였던 국정과제 입법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국회 관례상 제1당이 맡는 국회의장을 확보하는 것은 덤이다. 이 경우 제1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온 관례를 21대 국회에서 깬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전 요소다. 대혼돈에 휩싸인 민주당 새 지도부가 내부 수습에 주력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원내 협상을 주도하면서 국정과제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과반 의석은 3대 개혁이나 사회 전반 기득권 카르텔을 파훼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막지 못한 독소법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재정준칙 같은 급한 법안은 서둘러 처리할 것이다. 야당과 대화도 하겠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입법을 독주라고 비판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석 균형이 맞으면 오히려 협치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은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입법 독주를 넘어 폭력을 저지르는 상황이라 대화 자체가 잘 안 된다”며 “우리는 다수당 시절에도 국무위원을 무조건 탄핵하려고 하지 않았고 관례는 지키려고 노력했다. 대법원장도 야당처럼 공석으로 만든 적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소수당이 돼도 여당이 협치 없이 국정과제 드라이브를 걸면 총력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법인세는 내리면서 나라 곳간 비었다고 특활비는 올리는 게 상식인가”라며 “우리가 다수당인데도 정부가 설득 없이 앞뒤가 다르게 추진하는 정책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1당이 됐다고 국정운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면 지난 총선(103석·민주당 180석) 대비 50여석, 현 의석(111석) 기준으로는 40석이 더 필요한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계된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도 30%대에 머물러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제3지대 신당의 파급력도 변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이 이기면 양곡관리법, 간호법뿐 아니라 이번에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도 재추진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이기면 반쪽 여당 한계를 벗고 정권 출범 초기처럼 새출발할 수 있다. 국정과제도 탄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지원·규제혁신 주력…‘탈탈원전’도 진행형

정부가 다수 의석에 치여 마냥 손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국정과제인 첨단전략산업 육성·네거티브 규제 혁신에 특히 주력했다. 올 상반기 초격차 기술 확보·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지역 특화형 첨단산업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첨단산업 인프라에 2조 원,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에 4조4000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수소 등 에너지신산업에 100조 원 이상의 민·관 금융투자를 확대하고 연내 5000억 원 규모의 정책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로봇 등 10대 초격차 분야에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딥테크 스타트업 1000개 육성을 위한 민·관 합동 2조 원 규모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개선된 규제도 1000건을 넘어섰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 출범 후 1년간 규제 개선 건수는 △법령 55건 △시행령 176건 △시행규칙 155건 △행정규칙 이하 641건 등 1027건이다. 이 중 투자·일자리 창출 과제 349건, 중소기업 부담 경감 과제 224건, 신산업 활성화 과제 142건이다. 경제 효과 산출 가능한 규제혁신 사례 152건을 돈으로 환산하면 70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으로 타격을 입은 원전 생태계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안전성 전제 만료 임박 원전 계속 운전 △일감 선발주 등을 통해 정상화 페달을 밟고 있다. 이런 노력은 지난해 9월 3조 원대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수주로 이어졌다. 2조5000억 원대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사업 수주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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