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변경 약관 위반인데…인기에 대행업체까지 등장
“윤리의식 문제지만, 글로벌 OTT 정책에 근본 문제”
![](https://img.etoday.co.kr/pto_db/2023/11/600/20231114090752_1950193_600_520.jpg)
한국인 송모(27) 씨는 최근 우크라이나인이 됐다. 영상·음원 플랫폼 세계에서다. 유튜브 프리미엄에 넷플릭스, 티빙까지 구독하다 보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 부담에 국적까지 바꾼 것이다. 송 씨가 처음부터 ‘구독 속임수’를 한 건 아니다. 송 씨는 “몇 년 전부터 친구들이 인도나 튀르키예로 우회해 가입한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업체가 줄줄이 구독료를 인상하자, 고민 끝에 우크라이나로 가입하게 됐다”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국내외 OTT 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는 ‘디지털 고물가’ 시대에 진입했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스마트폰, IPTV(인터넷TV) 등 다른 디지털 서비스까지 도미노 요금 인상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OTT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OTT 구독료를 아껴보겠다고 국적을 변경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해외에서 가입하면 국내 시장보다 더 저렴하게 OTT를 이용할 수 있다. 포털에 ‘OTT 국적 변경’이라고 검색하면 다른 나라 계정을 편법으로 이용할 수 있게 안내하는 대행업체까지 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들은 평균 2.7개의 유료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구독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자의 42.5%가 서비스 이용 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불편한 점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구독자 황모(26) 씨는 “한국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할 때는 1만 원이 넘었는데, 우크라이나 국적으로 가입하니 3000원대가 나온다”며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월 요금이 3분의 1로 줄어든 걸 보니 다른 OTT에서도 가능한지 알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 같은 구독자 행위는 약관 위반이다. 유튜브는 국적 변경을 허용하지 않고, 공식 경로가 아닌 방법으로 유료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계정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몇 년 전 국내에서 인도나 튀르키예 등을 통한 우회 접속이 성행하자 접속이 막힌 사례도 있다.
이용자들의 윤리 의식이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나라마다 이용 요금을 차별하고, 그 가격을 지나치게 인상하는 글로벌 OTT의 요금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국가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요금이 과하게 비싸다. OTT도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는 것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하게 만들어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전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