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엔에 동학개미도 일학개미도 운다

입력 2023-11-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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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과 토요타 현대자동차 주가 추이
‘엔저 시대’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 지고 있다. 동학개미들은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자동차·철강 등의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다. 연내 엔화 반등에 베팅했던 ‘일학 개미’들은 손실이 더 커질까 봐 속앓이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6일 원·엔 환율은 100엔에 867.59원(매매기준율)까지 떨어졌다. 2008년 2월 14일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이유는 오랜 기간 이어진 미국의 통화 긴축 속에 일본이 ‘저성장 탈출’을 목표로 완화 기조를 유지한데 따른 것이다. 일본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나 철강주에 투자한 개미들은 엔저가 걱정스럽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아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포인트 하락할 때 한국의 수출 물량은 0.2%포인트, 수출금액은 0.6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84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1% 급감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 무라타 등 부품 공급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심화된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228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38.8% 줄었다. 엔저 영향으로 일본산 철강제품의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간 경제 상황을 보면 860원~870원대의 원·엔 환율은 다소 과도한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수요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의 상대적 고평가 현상은 일부 한·일간 수출 경합 품목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국내 증시 전체에도 부담이다. 박 연구원은 “엔화 약세는 일본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면서 “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의 상대 강도가 원·엔 환율 추이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토요타의 주가 수익률이 현대자동차를 앞서고 있다.

엔화 반등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일까지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ETF 포함)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순매수 금액은 3억 5367만 달러에 달한다.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인데 미 국채금리 급등으로 같은 기간 -17.50%나 하락했다. 여기에 원화당 엔화값 약세에 따른 환손실까지 추가로 떠안게 됐다.

동학개미도 울고 있. 개인들은 국내 유일 엔 투자 ETF인 ‘TIGER 일본엔선물’을 올해 들어 1000억 원 넘게 사들였지만 손실율이 1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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