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운감도는 통신업계 공멸은 피해야

입력 2009-05-25 16:08수정 2009-05-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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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동통신 시장은 길고 긴 5월의 끝을 마무리하며 이동통신사들이 본격적인 전쟁에 대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아직까지 이통사들은 겉으로는 평온한 상황이 전개되는 듯하지만, 물밑에선 경쟁사의 정보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전운의 진원은 다음주에 있을 통합 KT 출범이다. 바로 총 자산규모 19조원의 거대 기업 탄생이 이뤄지는 시점이다.

통합 KT의 출범은 통신업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 싸움의 백미는 점유율 50.5% 사수를 선언한 SK텔레콤과 통합 KT의 파상공세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통합 KT 승인 반대에 앞장선 것도 SK텔레콤이었다.

사실 SK텔레콤은 올해 들어 여러 가지 악재를 만난 상황이다. 시도하는 것마다 벽에 가로막혀 힘든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이 다음달 내놓을 승부수가 무엇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통합 KT는 지난 24일 조직개편의 마지막 부분인 각 부문의 장수들을 최종 선임하며 90% 가량 출전 채비를 갖췄다. 뚜껑을 열자마자 시장 장악을 위한 시동을 걸만큼 공격적인 인사가 전면에 배치되는 등 ‘강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전운 속에도 ‘맞불 작전’만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점유율 경쟁이나 매출 극대화를 위한 전략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예상되지만, 가뜩이나 출혈경쟁이 심한 이동통신 시장이 자칫 공멸을 초래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 KT의 조직개편은 ‘전쟁’을 택했다.

SK텔레콤 역시 여기에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SK텔레시스의 통신망을 편입시키고 SK브로드밴드에 3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하지만 두 거대 기업이 맞붙는 통신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안갯속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KT로서는 정부가 통신시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촉발된 케이블 업계의 연합과 후발주자인 LG텔레콤, LG파워콤, LG데이콤의 연합전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KT와 SKT는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침몰시키기 위한 싸움보다는 국내 통신시장의 안정화와 소비자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의를 위해 노력하는게 우선적인 임무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로 인해 앞으로 이 두 기업의 행보는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토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정부나 학계, 재계에서도 건전한 경쟁구도로 인해 상호 발전을 도모하는 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통합 KT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병을 주도했다면, 이는 이동통신 시장을 뛰어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서로 맞불을 놓아 제살을 깎아 먹는 식의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는 끝났다.

두 거대 기업의 경쟁구도가 향후 국내 이통시장에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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