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덕 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글로벌 우수 신진 연구자를 만나 대화도 나눴다.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방침에 과학기술계 중심으로 반발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현장을 찾은 것이다.
대전 대덕연구개발 특구 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글로벌 우수 신진연구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우리 연구자들이 혁신적인 연구에 열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혁신적인 연구는 성공과 실패가 따로 없는 만큼 실패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젊은 연구자의 성장과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환경 조성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현장 의견도 청취한 윤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덕 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도 찾았다.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윤 대통령은 "이제 우리나라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개척자(First Mover)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민간과 시장에서 연구 개발 투자를 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적으로 사용해 우리 미래의 성장과 번영을 다져가야 한다"고 국가 R&D 예산 편성 당위성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기술인의 땀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치하한 뒤 "국가의 경쟁력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지금 기술, 자본, 인재가 집적된 클러스터 대 클러스터의 경쟁 시대"라며 "대덕이 글로벌 연구 협력을 통해 혁신 클러스터의 국제적인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격려했다.
최근 과학기술계 중심으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방침에 연이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된 직후인 올해 9월 출범한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는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매도한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다"며 연구 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관계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올해 10월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신진 연구자 및 학생 연구원, 주요 연구 중심대학 총장 등과 만나 정부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윤 대통령 역시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우수 신진 연구자와 만나고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까지 찾은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계를 외면하지 않고 챙길 것이라는 메시지 차원의 행보라는 해석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당시 'R&D 지원 규모를 계속 늘릴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SBS D포럼'과의 특별대담에서도 "재임 중에 R&D 재정, R&D 예산은 늘려갈 것이고, 많이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인 2019년부터 3년간 R&D 예산이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증가한 데 대해 "성장 동력을 창출해내는 데 미흡한 점이 많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평가한 윤 대통령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재정 투자하는 것이 재정 R&D"라며 앞으로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앞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 전략적,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될 분야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지금 시급하다"며 "정말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저희가 과감하게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찾은 '대덕 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은 학계, 대전 지역 기업과 연구소, 대학 관계자 및 지역 주민 300여 명이 함께했다. 이번 선포식은 대덕 연구개발특구의 지난 50년간 성과를 기념하고, 앞으로 50년에 대해 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덕 연구개발특구는 1973년부터 조성한 곳으로 지난 50년간 △자주 국방시대의 개막(1978년 백곰 지대지 미사일 개발) △반도체 기술 강국의 초석(1989년 4M DRAM 개발) △무선통신 시대 선도(1996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세계 7대 우주 강국 도약(2023년 누리호 실용위성 발사 성공) 등 성과를 창출했다.
이곳은 1만7000여 명의 박사급 인재, 26개 출연연구기관, 2,400여 개 기업, 7개 대학이 모여 매년 약 21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중심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