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대기업 임원들 집으로...

입력 2009-05-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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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떠나고 임금삭감, 업무과중까지 3중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5대 대기업에서 임원 200명 이상이 현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경영악화에 대응해 기업들이 임원 수를 줄이거나 동결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최근 업무 가중과 임금 삭감 등의 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 5개사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사이 204명 정도의 임원이 퇴직하거나 현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5대 기업의 지난 3월 말 현재 총 임원 수는 1477명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작년 9월 말 현재 1528명에 비해 51명(-3.34%)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직원 수는 1.04% 감소하는데 그쳤다.

또 전년 동기에는 임원 수가 오히려 28명(전체의 1.94%)이 늘어났던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당시엔 삼성전자 임원이 일부 줄었으나 다른 기업들은 모두 임원수가 늘었다.

특히 지난해말과 올해초 이들 기업에서 선임된 신규임원이 153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6개월 사이 현직에서 물러난 임원의 수는 204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의 경우 현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고문이나 자문역 등 직위를 갖거나 분사 또는 계열사 이전 등을 통한 이직 등도 있어 완전히 회사를 떠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임원 수가 예년과 달리 급감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경기악화로 인해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함께 임원 수를 줄이거나 동결한데 따라 자연감소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대기업 임원들은 최근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긴축에 들어가면서 일반 직원들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임금을 삭감했다.

연령대로 미뤄 대부분 자녀들이 대학에 다니거나 곧 결혼을 준비해야 하는 등 어느때보다 돈이 필요할 때지만 경기가 어려우면 항상 긴축 대상 1호는 임원이었으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임원의 연봉 20% 정도를 삭감하고 실적에 따라 지급하던 초과이익분배금도 전무급 이상은 전액, 상무급은 30% 자진 반납하기로 했으며 현대·기아차그룹과 포스코 등은 임원 급여 10%를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임원 수가 줄어들면서 조직이 통폐합돼 업무량은 오히려 늘어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임원들도 많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급여를 20% 정도 삭감하면 3000만원 정도가 줄어드는데 샐러리맨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돈이지만 회사의 삭감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며 "신분불안에 업무량까지 늘어나고 갈수록 근무여건 등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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