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호금융 개별 조합 10곳 중 6곳, 뱅크런 땐 '예금 100%' 못 돌려준다

입력 2023-11-03 05:00수정 2023-11-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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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유동성 비율 규제 미적용
특판 경쟁에 예수부채 급증도 한몫
"안전장치 마련중…우려 상황 아냐"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개별 단위 조합 중 상당수는 유동성 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조합의 경우 50%를 크게 하회하고 있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발생 시 고객의 예금이 절반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상호금융 업계의 개별 조합 2213곳 중 유동성 비율이 100% 미만인 곳은 1380곳(62.3%)으로 집계됐다. 특히 단위조합이 가장 많은 농협조합의 경우 10곳 중 9곳이 100% 미만이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농협조합 1118곳 중 1053곳(94.2%)은 유동성 비율이 100% 미만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수협 89곳 중 60곳(67.4%) △산림조합 133곳 중 45곳(33.8%) △신협 873곳 중 222곳(25.4%) 순이었다.

유동성 비율이란 석 달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3개월 이내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의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가 일시에 몰리면 조합의 모든 자산을 총동원해도 예금액 100%를 못 돌려준다는 의미다.

연체율도 치솟으면서 건전성이 크게 나빠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협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4.03%로 지난해 말(2.47%)보다 1.56%포인트(p) 뛰었다. 이 기간 농협은 1.16%p 상승한 2.34%, 수협은 1.53%p 오른 3.53%를 기록했다. 특히 산림조합의 연체율은 3.71%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상호금융권의 건전성이 우려가 높아진 배경에는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유동성 비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2금융권 중 규제를 적용받는 카드(418.2%), 저축은행(433.96%)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상호금융 업권의 특판 경쟁이 과열된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로 상호금융권에서는 8%대의 특판 상품을 앞다퉈 내놓았다. 급격히 쌓인 예수 부채로 인해 유동성 비율이 악화한 것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유동성 비율 규제 적용에 맞춰 유예기간 안에 비율을 90%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라면서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유동성 확보 방안에 대한 교육과 안전장치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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