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방송법 권한쟁의 기각…여야, '강대강' 대치 예고

입력 2023-10-26 16:44수정 2023-10-26 17:1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직회부 무효 청구 기각…"정당성 인정"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 시작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2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를 통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내달 9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법안 상정에 대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예고한 만큼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극에 달할 전망이다.

헌재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2건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의 직회부를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도 모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이 핵심인 '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3법) 개정안'과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민주당은 올해 3월 국회 과방위에서 방송3법에 대해, 5월에는 국회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본회의 부의(직회부) 요구안을 사실상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이유 없이' 특정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법안을 소관하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해 본회의에 이를 부의할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법안이 법사위에 회부된 뒤 60일 넘게 이유 없이 계류돼 직회부 요건을 충족했다고 봤지만, 국민의힘은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된 이후 정상적으로 심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유 없이'라는 직회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헌재는 "국회가 국회법이 정하는 절차를 준수해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면 헌법적 원칙이 현저히 훼손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이외의 기관이 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그 정당성이 본회의 내에서의 표결 절차를 통해 인정됐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서는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절차를 반복하면서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방송3법에 대해선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벗어나는 내용에 대한 정책적 심사를 하면서 60일의 심사 기간을 도과한 것으로 보이므로 심사지연에 이유가 없다"며 "과방위 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권한쟁의 심판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방송3법 같은 경우에는 안건조정위도 패스하고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 법안이다. 앞으로 60일만 지나면 (재적위원) 5분의 3을 가진 민주당은 어떤 법이든 위헌적인 법이든 본회의에 부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헌적인 법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절차적 위법이 크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여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고, 필리버스터로 이 법안 통과를 저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헌재 판결 이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헌법재판소의 노란봉투법·방송3법 권한쟁의심판 기각을 환영한다"며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이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입법절차에 조금의 위법성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내린 결정에 따라 적법한 입법절차에 동참해달라.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을 기각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처리할 전망이다. 반면,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법안이 상정될 경우에 대비해 필리버스터를 이미 예고한 상태여서 여야간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하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총 4개의 법안에 각각 필리버스터가 신청될 경우 이들 법안이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최소 닷새가 필요하다.

해당 법안들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서는 방송법에 대해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악법'이라며 비판해왔고,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불법 파업'과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한다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다만, 헌재가 입법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내린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등 여권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