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족노조 ‘돈 잔치’ 앞에서 비정규직 눈물 흘린다

입력 2023-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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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6~8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년 전보다 7만6000원 늘어난 195만7000원이다. 정규직 근로자는 14만3000원 늘어난 362만3000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2017년 이후 계속 벌어져 166만6000원으로 커졌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도 심각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7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다니는 근로자는 월평균 598만3000원을 받았다. 300인 미만 근로자는 355만 원에 그쳤다. 243만3000원의 격차다.

임금 양극화를 보여주는 통계는 수없이 많다. 귀족노조가 힘을 쓰는 대기업 정규직 임금만 훑어봐도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가 느낄 소외감과 절망감이 쉽게 체감된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직원 기본급을 11만1000원 인상(호봉 승급분 포함)하고 성과급으로 400%+1050만 원 등을 받기로 사 측과 합의했다. 지난해 대비 12% 인상안이다. 현대차 생산직은 이번 인상이 아니더라도 2021년 기준 1억 원(9600만 원)에 근접하는 평균 연봉을 자랑하는 기득권 집단이다.

기아도 유사하다. 노조는 임단협 고용세습 조항을 개정하는 조건으로 기본급 11만1000원(호봉 승급분 포함) 인상과 성과급 300%+800만 원, 생산 판매 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 원 등을 챙겼다. 기아 생산직 급여 수준 또한 여타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겐 부러움을 넘어 질시를 부를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오죽하면 현대차 부품 계열사 6개 노조 지회가 동일 수준 대우를 요구하며 공동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겠나.

경제 성장과 기업 성과의 과실이 푸짐하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고 반가운 일이다. 경제 선순환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을 비롯한 소수 집단만이 배타적으로 과실을 차지하는 양극화 구조는 공정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가 흘리는 피눈물이 보이지도 않는지 묻고 싶다.

과도한 임금 격차를 낳는, 또 그 격차를 키우는 요인의 하나는 잘못된 노사 관행이다. 현행 관련 제도부터 문제다. 전체 근로자의 14%만을 대표하는 한국노총과 민노총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추천권을 몰아주는 등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안겨주고 있다. ‘과잉 대표’를 비롯한 불합리한 모순을 놔둔 채로는 노동 개혁은 물론이고 임금 격차 해소도 불가능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제 106개 기업에 노동 관행을 물으니 70.8%가 ‘D등급 이하’ 평가를 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개선이 시급한 관행으론 ‘과도한 근로면제시간과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무분별한 집회 및 사내외 홍보활동’, ‘노사관계의 사법화’ 등이 꼽혔다. 과분한 권력을 움켜쥔 노조가 산업 현장 곳곳을 어지럽힌다는 또 다른 방증이다. 노사 문화 정립을 위한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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