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실효세율 0~0.5% 불과
적용 시 연 2500만 달러 확보 가능
“세금 시스템 허점 해결 최적안”
유럽조세관측소는 프랑스 파리경제학교(PSE)에 본부를 뒀으며 3년 전에 설립됐다. 경제학자 게이브리얼 저크먼이 이끌며 유럽연합(EU)으로부터 조세 남용 방지 노력 차원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억만장자들이 유령회사를 지주회사로 세워 ‘합법적 탈세’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억만장자들의 개인 실효세율은 재산의 0~0.5%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이어 만약 최저 2%의 부유세를 내게 할 경우 전 세계 억만장자 2750명이 소유한 재산 약 13조 달러(약 1경 7400억 원)의 2%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약 340조 원) 정도를 매년 조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저크먼 경제학자는 “최저 부유세율이 기존 세금 시스템의 허점을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면서 “어떤 조세회피 조치를 활용하더라도 징수된 세금이 정해진 금액 이하로 떨어질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국적 기업에 최소 15%의 세율을 부과하는 데 대한 협상이 수년이 걸렸는데, 최소 부유세 도입 논의는 어느 국가가 얼마나 징수할지에 대한 논란이 없음에 따라 도입하기 더 쉬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140개국은 글로벌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마침표를 찍고 내년부터 최저 법인세율 15%를 적용하기로 2021년 합의했다.
유럽조세관측소는 글로벌 지도자들에게 내년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다음 G20 정상회담에서 부에 부과되는 글로벌 최소 연간 2% 부유세에 대한 회담을 시작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상위 0.01%에 해당하는 자산 보유자들에게 최소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억만장자세를 도입하려 했지만, 현재 미 의회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위협과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문제에 몰두하면서 관련 법안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이번 연구결과로 최저 부유세 부과에 대한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밖에 최저 부유세율 제도는 우선적으로 억만장자부터 적용을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벨상 경제학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현저한 세금 격차는 불평등 심화, 사회결속 약화 등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면서 “우리가 기업에 요구한 것을 이제 억만장자에게도 요구해 한다. 지금은 매우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글로벌 최저세를 제정할 때”라고 말했다.
또 “억만장자의 세금이 정부가 교육, 인프라, 기술과 같은 중요한 서비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전염병과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