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에 떠는 유럽...기대하는 중국·러시아 [트럼프 리스크]

입력 2023-10-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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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1년 넘게 남았지만 각국 대비 태세
트럼프, 재선 시 모든 국가에 추가 관세 예고
"철강 관세 겪었던 EU 협상가들 이미 겁에 질려"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원 철회 기대
중국, 대만 문제에 유리한 고지 선점 기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욕(미국)/AP뉴시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아직 1년 넘게 남았지만, 각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동맹국과 적대국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상정하고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분석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프랑스와 일본 등 동맹국들은 트럼프 특유의 동맹 경시와 변덕에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시절 러시아와 중국의 확장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 구축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점도 이들에겐 걱정거리다.

동맹국이 우려하는 또 한 가지는 무역분쟁이다. 트럼프는 동맹국, 적대국 할 것 없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모든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그는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무역적자는 미국의 적대국에 부를 수출하는 ‘손실’”이라며 “내년 선거에서 승리하면 모든 국가에 전면적인 수입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에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를 부과한 이력이 있는 만큼 동맹국들은 그의 경고를 가볍게 여기지 못하고 있다. 한 EU 외교관은 “공화당 정권과의 협상은 이전과 매우 다르다”며 “과거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은 분명히 지금 우리 앞에 있는 행정부와의 협상보다 훨씬 복잡했다”고 회상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승리할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그가 우크라이나 지원부터 지정학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유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EU 협상가들은 이미 겁에 질려 있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있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반면 러시아는 트럼프의 당선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공화당 기반의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서 손을 뗄 수 있는 데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과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 만에 끝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크렘린궁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대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친러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트럼프의 승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대표 친러 인사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과거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대놓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우려한 일부 정부는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요 7개국(G7)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에 맞는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위한 협정도 추진 중이다. 동맹국들의 우려를 인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G7 정상과 나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표들과 통화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금을 확보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공화당 강경파 주도로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중국도 러시아와 같은 편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으로선 동맹국과 마찰을 빚는 트럼프 정부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마찬가지로 대만 문제에도 미국이 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무역에서 양보하면 트럼프 정부 하에서 미국의 대만 지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WSJ는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인도 태평양 국장은 “트럼프는 동맹국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미국과 동맹국 관계가 벌어져 대중 압력이 약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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