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할머니 A씨 측에 따르면 강릉경찰서는 최근 A씨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불송치했다. 경찰은 A씨 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제동 계열에 작동 이상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아 브레이크가 정당 작동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는 실제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차량 운행 중 제동 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와 예기치 못한 기계의 오작동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국과수 분석 결과를 A씨의 과실에 의한 사고라는 것을 뒷받침할 자료로 삼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냈다.
A씨 측 변호인은 “급발진 의심 사고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채택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최초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과수는 ‘차량 제동장치에서 제동 불능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차량 운전자가 제동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A씨 측은 “국과수 감정을 신뢰할 수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 홍제동에서 A씨가 12살 손자 B군을 태우고 운전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B군이 숨졌다. 이 사고로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유족들은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에 5만여 명이 동의하며 관련법 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