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불법임의조제 국민건강 위협한다

입력 2009-05-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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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대체조제건수 18배 급증...보건당국 대책 미흡으로 불신조장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약사가 임의대로 값싼 비슷한 성분의 약으로 조제하는 불법임의조제(대체조제)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대체조제는 약효가 떨어지는 약물을 환자가 복용할 수 있어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8582건이었던 대체조제 건수가 2007년 15만6678건으로 5년 새 무려 18배 이상 급증했다.

현행 약사법 26조에는 의사의 동의없이 임의대로 약사가 처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약제비절감과 약국의 재고 미확보 등을 이유로 의사의 동의하에 ▲복제약과 복제약 간의 대체조제 ▲대조약(오리지널약)이 2개 이상인 경우 양 대조약 간의 대체조제 ▲대조약과 다른 대조약에서 파생된 복제약 간의 대체조제 ▲양 대조약에서 각각 파생된 복제약간의 대체조제 등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보건당국의 이같은 태도가 약마다 제 각기 약물농도가 다르고 효과도 제각각인 것을 감안할 때 말도 안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대조약이 두가지 이상 존재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동일한 성분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동등할 수 없는 서로 다른 제형(약의 형태)들이 있을 경우에 대체조제를 한하고 있고 이 경우에도 각각의 복제약은 서로 대체조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복제약의 경우 대조약과 비교해 90~110%의 역가(약효)를 기준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쳐 승인하고 있기 때문에 약효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없다”면서 “국민들의 약제비 절감을 위해서 대체조제는 긍정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2007년 저가약 처방을 통해 약제비절감효과를 유도하기 위해 9개월가량 실시했던 성분명처방시범사업의 결과가 이달말 경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의사의 진료권과 국민의 건강이 무시된 채 약사들이 알아서 약을 조제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예상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성분명처방사업은 의약품이 약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되는 것으로 이 사업이 정식으로 실시되면 지금처럼 의사는 특정 제약사의 특정 약물을 처방전에 쓰는 대신 성분명만을 기록해 약사가 같은 성분의 다른 제약사 약품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러한 정부와 의료계의 시각차이로 인해 국민들의 혼란은 더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시민은 “간혹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약봉투를 개봉했을 때 바뀌어 있는 경우가 더러 있어 해당약국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재고가 없어서 비슷한 다른 약으로 조제 했으니 걱정 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바뀐 약이 전에 먹던 약이랑 효과가 얼마나 비슷한지 일반국민으로서는 알 길이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약국에서 의사 허락 없이 가격이 싼 약을 조제함으로서 차익을 얻고 있는 약국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고 “실제 혈압약과 같이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들은 약효가 떨어질 경우 환자에게 있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보건당국은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이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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