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들, 경기 불안에 지하 네트워크 통해 본토 밖으로 자금 빼내

입력 2023-10-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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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분산·이민 준비로 해외 송금 수요 급증
송금 제약에 비공식 송금 시스템 ‘하왈라’로 눈 돌려
적발 시 벌금·구금형…범죄자와 연관될 위험 감수
향후 2년 내 70만 명 이민…올해 1500억 달러 유출 전망

▲중국 위안화 동전과 지폐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일부 부유층이 극심한 경기 불확실성에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자금을 본토 밖으로 옮기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부동산 불황과 더딘 경제 회복 속에서 부유층의 자금 분산 및 이민 준비를 위한 해외 송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송금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어 일부 부자들은 지하 네트워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개인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5만 달러(약 6700만 원) 이하다. 해외로 이민하는 경우에도 돈을 옮길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이에 따라 일부 중국인들은 ‘하왈라(Hawala)’로 알려진 비공식 지하은행 시스템을 통해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자국의 금융 혼란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러한 백업 옵션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졌다. 하왈라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비롯된 단어로 이제는 은행을 통하지 않는 국제적 송금 시스템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조엘 갤로 뉴욕대학교 상하이캠퍼스 재무학 교수는 “이들 기관은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겨났다”며 “이들은 준은행처럼 행동하면서도 감시 밖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회색 지대에서 교묘하게 규제 차익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하 산업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막대한 규모로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중국 간쑤성 당국의 한 조사에서는 5개 조직이 8000개 은행 계좌에 걸쳐 756억 위안(약 13조9950억 원)에 달하는 자산을 은밀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국가범죄청(NCA)은 2019년 지하은행이 고객의 신속한 현금 수취를 위해 주요 거점에 자금 풀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국외로 돈을 빼내는 행위는 엄청난 리스크를 수반한다. 중국 본토에서 불법적인 환전 서비스를 이용하다 적발되면 통상 송금 시도 금액의 3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만약 그 금액이 상당하다면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뇌물죄 등 중죄가 있을 때만 최고형인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지만, 1~5년 사이의 형량을 받는 경우는 많다. 이밖에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다가 자칫 개인이 범죄자와 연관될 위험도 있다.

그런데도 중국에서 돈을 해외로 송금하려는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계 부동산 기업 주와이 이치(Juwai IQI)는 향후 2년 내 70만 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이민 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1500억 달러의 자금이 중국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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