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관리 중심 KPI 전환 필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 이후 보험사의 영업 전략이 대폭 수정됐다. 주요 보험사들은 신계약 유치보다 보유 계약 유지에 비중을 옮기고 있다. 당장의 매출 경쟁이 중장기 실적에는 독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IFRS17이 우리나라 보험사에 끼칠 재무적 영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경영에 나선 것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사인 A생보사는 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중장기 경영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TF에서는 실적 개선보다 중장기 경영 전략이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10년 후 상황을 예측하며 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다른 보험사들 역시 중장기에 초점을 맞췄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자’는 판단이 수십 년 후 2~3배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최근 무해지보험, 간호간병보험, 단기납종신보험 등 신계약서비스마진(CSM) 수치를 높이려고 경쟁한 보험사와 동참하지 않는 보험사가 극명하게 갈린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IFRS17은 정교한 미래현금흐름 산출을 위해 계약자 행동 가정을 반영한다. 이는 해외 재무 건전성 제도에서도 공통적인 사안이다. 특정 상품의 경우 경과 기간별 해지율 변동이 보험사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어 보유계약 관리가 중요하다. 보유계약의 감소는 IFRS17하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핵심지표인 CSM도 보험사의 미래에 더 가치를 둔다. CSM은 보험사가 향후 예상하는 이익의 현재 가치로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장권영 보스턴컨설팅그룹 상무는 “보험사 이익을 만드는 원천은 회사의 신계약, 보유 자산의 효율화, 자본의 효과적인 배분과 관리”라며 “세 가지 원천에 의해 CSM과 주가가 오르는 것인데 선진국으로 갈수록 신계약 대비 보유계약이 갖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국 보험사 경영진의 70~80%는 신계약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신계약 중심보다 고객관리, 유지 중심의 핵심 성과지표(KPI)를 우선 검토하는 등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즉, 보유계약 유지율 관리가 신계약 유치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보험 유지율 공시를 과거 13회차, 25회차 비교 공시에서 61회차로 바꾼 점도 이를 방증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의 CSM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해당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지율 관리는 필수적”이라며 “보험사는 해외 보험사들이 유지율 관리를 위해 시행 중인 고객관리, 인센티브 정책과 모집인 이탈에 대응한 디지털 서비스 확대 사례 등을 참고해 자사의 채널, 고객군에 적합한 관리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