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HUG 전세보증, ‘눈덩이 부담’ 감당할 수 있나

입력 2023-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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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에게 떼인 전세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는 보증사고액이 향후 3년간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운용하는 HUG가 국회에 제출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사고 예상액은 3조7861억 원이다. 올해 하반기 전세보증 만기 도래액 25조2000억 원에 최근 3개월간 사고율을 적용해 이 금액을 산출했다고 한다. 내년 사고 예상액은 3조5718억 원, 2025년은 2조665억 원이다.

사고액 급증은 전세 사기 사건이 범람하고, ‘영끌’·‘빚투’족이 장사진을 친 기형적 세태의 필연적 결과다. ‘빌라왕’, ‘건축왕’ 무리가 속속 사법처리되고 있지만, 상당수 재무적 부담은 HUG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HUG가 보증사고를 당한 세입자에게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3년간 8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HUG는 올해 보증사고·대위변제 추정액이 작년보다 각각 3.2배, 3.4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HUG가 사고 손실을 메워주는 것은 피눈물을 흘리는 세입자들에겐 불행 중 다행이다. 문제는 사고 규모와 대위변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HUG 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가 장기적으로 존속하려면 HUG가 집주인으로부터 종잣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대위변제권 행사다. 하지만 이것이 어려우니 아킬레스건이 따로 없다.

HUG 노동조합은 최근 8월 말 기준 대위변제액이 사상 처음(연간 기준) 2조 원을 넘었다면서 “회사가 망한다는 소문이 돈다”는 성명을 냈다. “올해 대위변제액은 공사가 추정했던 3조 원을 훌쩍 넘은 4조5000억 원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노사 간 입씨름이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1~8월 대위변제액 누계가 2조48억 원으로 2조 원을 넘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위변제 회수율이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인 14.4%에 그치는 것도 사실이다.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액 1126억 원은 올해 1조7558억 원, 2024년 1조4688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도 곤란한 처지였는데 점점 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부실한 경영 상태로 내몰리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관련 보고서를 유념해야 한다. KDI는 최근 보증료를 올리고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전세보증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재무적 보완은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권고였다. 지극히 타당한 권고다. 전향적 검토와 실행이 필요하다. 유병태 HUG 사장은 지난달 악성 임대인이나 다주택 채무 임대인에 대해 유예기간 없는 경·공매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 또한 빠르고 단호한 실천이 답이다.

국가적으로 회피할 수 없는 중장기적 과제도 있다. 국민 혈세가 사금융 시스템에 흘러들어가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불합리한 현행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을 직시하고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세제도는 장단점이 얽혀 있는 만큼 과격한 손질은 삼가되 사회적 중지를 모아 해결책을 찾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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