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내기 차원의 국내기업 견제 목적 높아...때론 '황당'
국내 섬유·석유화학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첨단 소재 분야를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해외로부터 '특허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자체기술 개발을 마치고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자 선두주자인 일본과 미국 등의 기업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기 보다는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국내기업들에게 제동을 걸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미쓰이화학은 이들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고 5억원을 손해 배상해 줄 것을 청구했다. 미쓰이화학측은 이들 제품이 자사의 한국특허 제71627호(올레핀 공중합체 및 그의 제조방법)의 구성을 그대로 포함하는 등 미쓰이화학 특허가 지닌 밀도와 극한점도, 분자량분포 등에서 같은 물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LG화학은 "엘라스토머는 10여 년에 걸쳐 LG화학이 독자 개발한 촉매 및 공정기술로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신소재 개발에서 앞선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 국내기업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하기 위한 '흠집내기'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LG화학의 엘라스토머제품은 세계 네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LG화학이 엘라스토머원료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 연산 6만톤 규모로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미쓰이화학이 제기한 특허소송 규모가 전체 산업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5억원이라는 점은 실제 특허를 침해받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소송을 통해 LG화학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흠집내기'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특허침해 소송은 국내 신소재산업이 성장할 수록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최종 승소한 SK에너지는 일본 도넨(Tonen)사와의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특허침해소송에서 3년여에 걸친 법정공방 끝에 특허소송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도넨은 SK에너지가 2004년 12월 세계 세번째로 LiBS를 개발하자 2006년 3월 자사의 LiBS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특허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특허침해 소송은 아니지만 지적재산권 유출을 주장한 경우도 있다.
미국 화학기업인 듀폰(DuPont)은 ㈜코오롱을 상대로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의 생산·영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유출을 주장하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은 같은 두께의 강철보다 5배나 강도가 높고 내열성이 강한 아라미드 섬유를 미국의 듀폰, 일본 데이진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상업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의 부품소재사업 국산화 추진에 발목을 잡기 위해 외국기업의 특허침해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국내기업의 승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이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기업의 특허침해소송을 제기받은 기업들이 역으로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해 최종적으로 승리했다.
반도체 연마용장치(CMP) '슬러리' 시장 선두업체인 미국 '캐보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007년 7월 제일모직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이에 제일모직은 캐보트의 특허가 특허요건을 갖지 못했다며 특허심판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캐보트의 특허가 등록시 필수요건인 '신규성과 진보성'이 미흡하다고 판단, 특허무효 판결을 냈다.
업계에서는 특허침해소송에 방어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라 면밀한 검토 끝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사업추진 단계부터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전에 이를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