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5년 만에 130% '껑충'..차임금의존도 3년 연속 증가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경영실적은 사실상 낙제점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20일 국세청 법인세신고기업중 조사대상업종내 표본추출한 7097개 업체를 대상으로 '2008년 기업경영분석(잠정)'을 발표, 작년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2.9%로 전년(5.5%) 대비 2.6%포인트 급감했다고 전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이자손익이나 환차손 같은 영업외 이익을 감안해 법인세를 내기 직전의 최종 수익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지난 2007년에는 1000원 어치 물건을 팔아 55원을 남겼다면 작년에는 29원만 남았다는 얘기다.
2008년중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증대로 2007년(5.3%)보다 0.3%포인트 하락한 5%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차손 등 영업외비용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됐다.
한은은 이와 관련, "영업외비용이 크게 증가해 영업외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면서 수익성 지표가 악화됐다며 무엇보다 금융불안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매출액 대비 재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제품을 팔아 제반 비용을 제하고 남긴 이윤으로 굴러가는 기업들이 지난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사실상 반토막에 가까운 경영지표를 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은도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은 전년보다 경영 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나 수익성과 재무구조에 있어서는 크게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성장성 측면에서는 2008년중 매출액은 원유 등 원자재가격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제품판매가격 인상과 수출호조 등으로 2007년보다 19.1% 증가, 지난 1995년에 기록한 21.2% 증가율 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총자산은 토지자산 재평가 및 재고자산 증가 등으로 전년(11.8%)에 비해 1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진욱 한국은행 기업통계팀장은 "그러나 이같은 매출액 성장세는 국내 기업들이 장사를 잘해서 물량이 늘어난 결과라기보다는 제품가격 상승, 환율 효과 등 가격 요인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말했다.
즉, 제품 수요 요인이 아닌 가격 요인에 더욱 영향을 받은 성장세 시현에 불과하고 총자산 증가 역시 자산재평가 등의 제도적 뒷받침에 따른 결과이므로 국내 기업들이 장사를 잘해서가 결코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 역시 지난 2003년 이후 5년 만에 130%대로 올라섰고 외부 차입금의존도 역시 3년 연속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무구조 측면에서 2008년말 현재 부채비율은 130.6%로 2007년말 116.1%보다 14.5%포인트 급증, 이는 자산재평가 차익의 큰 폭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급감한 여파로 풀이됐다.
또 외화부채를 포함한 차입금 및 회사채가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외부 차입금의존도는 28.4%로 2007년말 26.6%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박 팀장은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줄여주고자 대표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게 회계제도를 개선했고 파생상품 처리 역시 현금 흐름을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공정가치회계로 변경하는 등 당국은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제도적 지원에도 불구 부채비율이 오른 이유는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기 침체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던 시장 환경이 일차적 원인"이라며 "외부환경에 취약한 경쟁력을 드러낸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급감을 통해 경기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2008년중 제조업의 경영성과를 기업규모별 및 수출비중별로 보면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경영성과가 전반적으로 양호했지만 역시 수익성과 재무구조의 악화 정도는 이들 대기업과 수출기업이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