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 '가고' 달러캐리 트레이드 '온다'

입력 2009-05-20 07:47수정 2009-05-2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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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시장내 달러캐리 트레이드 여건 조성 본격화

그동안 엔캐리 트레이드로 불리는 일본발 저금리 자금이 대량으로 세계 각국에 뿌려져 유동성 과잉을 더욱 심화시켰다면 앞으로는 달러화가 이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의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완화를 위한 각국 정부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실효를 거두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올들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디레버리징 현상이 그동안 과도하게 진행됐던 모습이 최근 진정되기 시작했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 투자될 수 있는 유동성이 점차 축적되고 있다고 진단 내리고 있다.

다시 말해, 국제금융시장을 그간 좌지우지하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된 이후 달러자금이 새롭게 엔화 자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캐리 트레이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당 통화의 약세 기조 정착 ▲풍부한 유동성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해외투자시 기대수익률 상승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달러캐리 트레이드의 본격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최근 국제금융시장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 세계 외환시장 동향은 안전자산이냐 캐리 트레이드냐를 두고 그 어느때보다 안갯속을 걷는 모습이다.

안전자산으로 엔화나 유로화를 택할 것이냐, 달러 캐리트레이드를 통해 브라질이나 러시아 통화표시 자산으로 움직일 것이냐 등의 전략들이 일관성 없이 금융시장 동향에 따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블룸버그가 집계한 미 달러화 가치 추이를 살펴보면, 글로벌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던 지난 3월부터 달러화 지속적으로 감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글로벌 투자자들사이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상당 부분 누그러진 모습이고 달러화 약세도 현재진행형이며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에 따른 수익률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달러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향후 서서히 확대되다가 미 경기 회복 직전에 본격화될 전망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국경을 넘어 달러 자금이 이동할 수 있는 요건은 충족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금융규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이 증권사의 유익선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캐리의 본격적인 확대는 미국경제가 저점을 형성하기에 앞서 미국내 달러 유동성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는 올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캐리 규모가 급성장하는 시점과 맞물려 달러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캐리 대상 통화, 특히 아시아 통화 가치 상승을 유발해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점차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시장 전망은 이머징 경제 전망이 호전되고 일부 금리가 높은 국가들의 정세가 안정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캐리 트레이드가 현실화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선호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다수의 투자자들이 현재 아시아 주요 통화를 대상으로 캐리 트레이드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아시아의 주요 고금리 국가 중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인도 루피화, 필리핀 페소화 등이 수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 크루그먼 역시 그의 대표작인 '불황의 경제학'을 통해 캐리 트레이드와 관련한 투기자본들이 이미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달러화를 보유하고 고금리 통화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자본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미 달러화 가치가 당분간 오르기 힘들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며 "달러화는 더 이상 안전 자산이 아닌 캐리 트레이드 통화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조성된 가운데 만약, 투자 대상 국가로 달러화 자금이 본격적인 유입이 이뤄질 경우 해당 국가의 자산가치를 부양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캐리 트레이드 현상은 레버리지가 낮은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어 투자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방편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는 여전히 위험한 투자 수단중 하나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처럼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에 있어 변동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며 "자칫 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될 경우 캐리 대상 통화국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저금리 국가의 자금 경색→캐리 통화가치 폭등→신흥시장 자본유입 감소→신흥시장 통화 폭락으로 이어졌던 연결 고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증가하고 있는 유동성은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는 중국, 한국 등 신흥국으로 유입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이를 통한 해당 국가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순기능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가 소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나친 해외 차입과 같은 역기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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