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후 기후위기 경각심…담론을 친근하게 만든 정책의 힘" [에너지 생존게임, 카운트다운]

입력 2023-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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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뉴욕시립대 교수 현지 인터뷰

▲김지훈 뉴욕시립대 교수.
인센티브와 규제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정책과 인식이 서로를 밀고 당기면서 뉴욕은 건물 탈탄소 여정에 들어섰다. 19일 미국 뉴욕에서 김지훈 뉴욕시립대 교수를 만나 정책 특성과 숨은 비결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뉴욕이 건물 탄소중립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다.

“지속 가능한 지구에 대한 오랜 고민이 정책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의 건물 탄소중립 고민은 파리기후협정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년이 넘은 것이다. 그게 지금 정책으로 실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정부가 서서히 법제화를 하고 실제 적용까지 단계별로 과도기를 둬 시장의 충격을 낮춘 게 유용했다고 생각한다. 담론을 친근하게 만든 셈이다.”

-거부 반응이 없지 않았을 텐데.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기후위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경각심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은 2019년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를 겪었다. 이런 사태가 뉴욕 시민들의 에너지에 대한 인식 저변을 흔들었고, 그 위기의식이 저항과 반발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벌금이 센데.

“시가 정한 벌금을 계산해보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게 낫다. 근데 벌금이 아니더라도 에너지 사용 비용이 높아 어차피 부담이 된다. 가령 입주자를 겨울에 춥지 않게 만드는 게 건물 소유주의 의무다. 뉴욕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세 배에 달하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다. 안 그래도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일을 연방정부와 시가 정책을 통해 지원해주니 안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경제성 논란은 .

“규제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뉴욕의 넷제로는 에너지 그 자체보다 이산화탄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 탄소배출 이슈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에너지빈곤 피해가 커지니 기후문제라기보다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크다. 경제성만 따지지 못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는 것이다. 유엔(UN)도 넷제로를 ‘정의로운 전환’ 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구축이 문제인데.

“뉴욕에는 새로 생기는 건물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에너지 전환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지만 충분한 예고 기간을 줘 개선을 유도한다. 미국 정부는 통상 ‘선의의 노력’(Good faith effort)에 기반해 열심히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를 해주고 도와주려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이 정부 주도의 정책을 잘 따라가는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건물 전기화 움직임은.

“무탄소 건물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 자체도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에 대한 인식도 분명하다. 이 부분이 해결될 때까지 화석연료, 재생에너지, 원전을 모두 활용할 것으로 본다.”

-넷제로가 뉴욕시 주도로 추진되는 이점은.

“탄소중립을 포함해 뉴욕의 정책은 한번 추진되면 후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뉴욕시장의 권한이 세기 때문인데, 시민에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책을 시장 권한으로 내놓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 다른 성향이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중앙집권적인 한국은 시장이 규제책을 시행하려면 정부가 법을 바꿔줘야 한다) 파리협정 제정 당시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시를 끌어들이려고 노력한 점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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