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매물, 시장 불확실성은 '복병'[리딩금융 전쟁-M&A]

입력 2023-09-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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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우려, 금융사 실사 연장
MG손보는 인수 희망 회사도 없어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금융권에서는 올해 4분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빅딜’ 성사 여부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증권·보험과 같은 전통적인 회사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어서다. 시장 불확실성은 변수다. 경제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큰 지출을 감수하고 사들였다가 ‘승자의 저주’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롯데손해보험이다. 대주주인 JKL파트너스(77%)가 곧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매각 예상가를 최대 3조 원으로 추정한다. 현재 롯데손보의 순 자산은 1조5000억 원 정도다.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보고 있다.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동양생명이 M&A 시장에 나오게 되면 최대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매물로 나온 KDB생명, ABL생명 등 다른 보험사에 비해 자산 규모가 훨씬 크고, 최근 실적이 좋은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37조4345억 원으로 KDB생명(16조 원), ABL생명(17조 원)의 2배가 넘는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002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17% 급증했다.

보험 매물은 넘쳐나지만 딜 성사는 더디기만 하다.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KDB생명이 대표적이다. KDB생명은 7월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 중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여전히 장고 상태다. 투입 금액이 조 단위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ABL생명은 본입찰을 마친 상태다. ABL생명은 2016년 알리안츠생명 당시 중국 안방보험에 300만 달러(약 35억 원)에 인수됐다. 이후 안방보험의 오너 리스크가 발생해 다자보험그룹으로 흡수되면서부터 꾸준히 잠재 매물로 거론돼 왔다.

MG손해보험도 지난달 28일 인수자 선정을 위한 예비 입찰 공고를 내면서 매각 절차가 재개됐다. 롯데카드와 유안타증권 등도 금융권 M&A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금융환경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인수 의사를 밝히는 곳은 없는 상태다.

롯데카드의 경우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00억 원대 금융사고까지 터지면서 리스크가 높아졌다. 매물 가치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에 시간·비용 투자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롯데카드를 3조 원에 매각하려다 인수자들과의 눈높이 차이로 인해 매각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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