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서류 떼서 직접 보험금 청구…실손보험 간소화, 또 다시 못 넘은 국회 문턱

입력 2023-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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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14년 숙원’…이번에도 국회 문턱 못넘어
비급여 진료비 두고 의료계·보험업계 갈등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때 진료받은 병원에서 신청하면 전산으로 자동 처리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또 다시 넘지 못했다. 의료계가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추가 논의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통과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4일 국회 법사위에 따르면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의결하지 않았다. 다만, 법사위는 개정안을 제2소위원회로 회부하지 않고 내주 추가 논의를 진행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강력히 법안을 반대했다. 박 의원은 “의료법 21조 2항과 약사법 30조 3항의 경우 의료 관련된 정보 열람이나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법·약사법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만 있어 법의 취지가 충돌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관련 우려를 일축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약사법과 의료법에 배치되는지 여부는 복지부에서도 지침을 통해 의료법을 배제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고, 법제처도 유권해석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는 지난 14년간 국회에서 장시간 논의됐고 정무위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점을 존중해달라”고 설명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보험 가입자들이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단서, 진료비 계산서 등을 보험 소비자 대신 중계기관에서 전송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가입자는 보험금을 청구하고 싶은 진료 건을 선택해 의료기관에 증빙서류를 보험사에 전송해달라는 요청만으로 실손보험금을 쉽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는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의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은 뒤 이를 직접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수고를 겪어야 한다. 이처럼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가 복잡하다보니 보험금이 소액이면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실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2512억 원에 달했다.

한편, 의료계는 보이콧과 위헌소송을 불사하며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보험사가 환자들의 데이터를 입수할 수 있어 민감한 의료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보험업계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로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 과다 청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가입자의 편익 제고와 권익 증진을 위해 보험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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