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사 차질·野 결집…이재명 단식 효과?

입력 2023-09-10 16:21수정 2023-09-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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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조사, 8시간만 종료…李 "건강 문제"
이재명 단식 기간 野지지율 27%→34% 상승
이재명 찾은 이낙연…"단식 멈추고 건강 챙기라"
동정론에 계파전 일순 잠잠…체포안 뇌관은 여전

▲<YONHAP PHOTO-3239> 단식 중 자리에 누운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11일째인 10일 국회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자리에 누워 있다. 2023.9.10 uwg806@yna.co.kr/2023-09-10 14:49:35/<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1일차에 접어들면서 건강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단식이 검찰 조사 차질 요인이 됐고, 최근 정점으로 치달은 계파 갈등도 일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이 대표가 이른바 '단식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0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약 8시간 만에 중단됐다.

단식 중인 이 대표가 건강을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구해서다. 수원지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전 10시 30분부터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 대표로부터 건강을 이유로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는 요구를 받아 오후 6시 40분 피의자 조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불성실한 태도로 조사에 임했다고도 지적했다. 수원지검은 "피의자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필요최소한도로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야당 탄압'에 무게를 실었다. 이후 3시간 가량 조서를 열람한 이 대표는 조사실에서 나와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며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 추가소환일을 12일로 통보했지만, 민주당은 검찰과 추가 협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마치면 이 대표의 백현동 특혜 의혹과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일시적인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간 계파 갈등 완충재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대표의 건강 악화 조짐이 뚜렷하게 보이는 만큼 지난달까지 일부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사퇴론은 일순 잠잠해진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체력 부담을 느낀 듯 주변 인사들의 부축을 받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이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들이 이 상황을 착잡하게 보고 있다. 단식을 거두고 건강을 챙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건강도 챙겨야겠지만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며 "아직은 괜찮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계파를 막론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아무리 단식해도 (정부는) 요지부동인데 큰일이라도 나기 전에 멈추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YONHAP PHOTO-3488> 이낙연, 이재명 대표 단식 농성 천막 방문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0일 국회 앞 이재명 대표 단식 농성 천막을 방문, 이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3.9.10 uwg806@yna.co.kr/2023-09-10 15:54:16/<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러한 가운데, 최근 주춤했던 당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34%)과 동률을 이뤘다. 다만 민주당은 지난주 조사(27%) 대비 7%포인트(p) 상승한 수치였고, 국민의힘은 변동이 없었다.(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의 단식을 둘러싼 내부 동정론과 윤석열 정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이념·역사 논쟁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민주당의 내홍은 검찰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기점으로 분출할 가능성이 여전한 상태다. 각 계파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두고 '당론 부결'(친명)과 '당론 가결'(비명)을 요구해온 만큼 언제든 일촉즉발의 험악한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지금 지지율은 사상누각"이라며 "부결은 곤란하다"고 했다.

전문가는 이 대표의 단식투쟁이 성과와 별개로 당초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는 "이 대표의 단식 의도는 구속영장 지연 작전으로 보인다. 지금 어느 정도 달성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머지않아 병원에 입원할 것 같다. 입원하면 검찰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명분이 떨어진다는 비명계의 지적이 있고, '방탄 단식' 논란도 있어 기대만큼 성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근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는 이 대표의 단식보다 정부여당의 실정을 우선순위에 뒀다. 이 교수는 "단식보다는 박정훈 대령 건(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홍 장군 흉상 이전 이슈 등 정부여당의 악재에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더 많이 본 것 같다"며 "정부의 극우지향적인 기조에 중도는 물론 보수 지지층에서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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