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시장 증설경쟁, 결국 부메랑 되나(?)

입력 2009-05-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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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에 가격 하락…시장 전망도 엇갈려

공급부족으로 호황을 누리던 폴리실리콘(태양전지의 핵심소재) 시장이 최근 기업들의 증설경쟁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올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로 태양광 산업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바커 등 세계 주요 업체들의 증설경쟁 뿐만 아니라 OCI(옛 동양제철화학)을 중심으로 한화, LG, 현대중공업 등 국내기업들도 신·증설에 속속 합류하고 있어 앞으로 3~4년간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당 300~4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던 폴리실리콘 스팟(단기 계약)가격이 최근에는 ㎏당 70~8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스팟시장에서는 장기계약보다 더 싼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기까지 하고 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40%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왔던 폴리실리콘 시장이 지난해 4분기 이후 경제성을 부여한던 유럽 주요국의정책지원이 축소되면서 태양광 산업은 수요가뭄에 시달렸다"며 "이에 따라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대양전지 계열 전반의 가격하락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적인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분기대비 각각 19.5%, 27.0% 감소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시황 악화로 반도체 업체에 공급되던 폴리실리콘 물량이 태양전지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도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여기에 최근 태양광산업의 경제성 확보에 따른 회복 기대감이 폴리실리콘 등 제품가격 하락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자(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태양전지 모듈을 포한한 폴리실리콘, 웨이퍼 등의 관련 제품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특히 내년부터 증설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더욱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국내 시장의 경우 정부가 연간 발전차액 지원용량을 제한하면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OCI 등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OCI는 완공이 끝난 폴리실리콘 2공장은 오는 6월 예정대로 운영에 들어가지만 올해 12월 완공 예정인 3공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준공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 LG 등 폴리실리콘 사업 참여를 결정한 국내 기업들도 사업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2조원 이상의 투자비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가격수준으로는 사업의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폴리실리콘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오는 2010년 폴리실리콘 공급의 과잉상태와 발전차액지원 중단 등으로 인한 잠정수요자의 시장 이탈로 수요가 더욱 악화돼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폴리실리콘 제조단가가 ㎏당 50달러선인 점을 감안할 때 2012년 ㎏당 40달러 선까지 내려앉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3년 뒤면 모든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이 증설경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태양광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이후 가격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나재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중국, 일본은 정책 지원을 통해 태양광 산업을 떠받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전력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올해 2분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태양광 산업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돼 신규 수요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 애널리스트는 또 "특히 미국의 경우 교토의정서 재가입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며, 장기적으로 유럽 주요국들과 더불어 태양광 산업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체들이 이처럼 공급과잉을 감수하고 증설 경쟁에 나서는 것은 호황기를 대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하락과 뚜렷한 수요회복 움직임이 없어 사업진출 시점을 고민하고 있지만 향후 국제유가 상승과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가 살아날 때 시장에 시작하면 늦을 수 있다"며 "호황기를 대비해 지금 폴리실리콘 신·증설에 나서는 것이 시장점유유을 높이고 수익성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후발업체들의 경우 수요처 발굴도 사업 추진의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자체 공장 설립보다는 기존의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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