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정체된 '신세계' 후계구도 재속도 진입 언제쯤

입력 2009-05-18 10:32수정 2009-05-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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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정용진 부회장 구도 2년 넘게 제자리 걸음

롯데, 현대백화점 등 다른 유통명가들에 비해 속도가 더뎌진 정용진 부회장의 후계구도로 재계의 관심을 모으는 신세계 그룹.

신세계는 유통업계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근대 백화점 시대와 국내 최초의 대형할인매장인 매장인 이마트 시대를 연 국내 유통업계 산 역사이자 공룡이다. 1991년 고(故)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분가한 이후 신세계는 중국 시장 진출, 국내 최초의 복합쇼핑센터 건립과 프리미엄 아울렛 도입 등 성장가도를 멈추지 않았다.

신세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4월 1일 지정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순위에서 자산 11조9560억원을 기록하며 21위(공기업 포함시 28위)를 기록했다. 경제개혁연대가 40개 주요 민간 그룹에 대해 분석한 연결합산 부채비율에서 166.61%를 기록하며 평균치인 176% 보다 낮아 양호한 재무상태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의 후계구도 속도가 일각에서 무성하게 제기되는 관측과는 달리 어떠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인지는 여전히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다.

◆ 총수일가, 신세계 장악 통한 확고한 지배구조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는 이명희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격인 신세계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신세계는 계열사들에 대한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구도다.

이달 8일 현재 신세계 최대주주인 이명희 회장은 17.30%,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7.32%, 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가 2.52%의 신세계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러한 신세계가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역할을 한다. 신세계는 신세계I&C(29.0%), 스타벅스커피코리아(50.0%), 신세계인터내셔날(65.1%), 신세계건설(32.4%), 광주신세계(10.4%), 신세계푸드(52.1%), 신세계마트(100.0%), 신세계엘엔비(100%). 그린시티(87.8%), 신세계의정부역사(27.6%), 조선호텔(98.8%), 신세계첼시(25.0%)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신세계가 100%소유했던 택배회사인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세덱스)는 얼마전 한진택배로 매각되며 계열에서 제외된 상태다.

그 외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건설 지분을 9.49% 소유하고 있고,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은 신세계I&C 2.33%, 정용진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52.08%, 신세계아이앤씨 4.31%, 신세계건설 0.80%를 보유중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일가가 보유지분에 비해 얼마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결권 승수에서 신세계는 2.35를 기록했다.

총수가 있는 28개 주요 그룹들의 평균 의결권 승수가 7.37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유와 지배간의 괴리가 적다는 평가다.

◆ 속도 더뎌진 정용진 부회장 행보(?)

신세계그룹의 후계 구도가 2007년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이 당시 증여세만 3500억원에 달하는 보유 지분 7.82%를 전량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상무에게 양도할 때까지만 해도 신세계의 후계구도가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이후 유통 라이벌인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의 후계구도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 14.59%를 보유하며 최근 들어 롯데의 광폭 M&A 행보를 주도하고 지난 2007년말 30대 나이에 재벌그룹 총수로 등극하며 파란을 일으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는 뚜렷하게 대조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신세계 보유 지분율인 7.32%는 2007년 이후 변동이 없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제위기로 하락장이 지속된 가운데 여타의 재벌가들이 지분 매집에 나서며 지배권을 강화한 가운데서도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확보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어머니 이명희 회장이 지난해 하반기에만 20만주가 넘는 주식을 확보하며 신세계 지분율을 17.30%까지 끌어올렸다. 향후 증여로 인한 막대한 세금을 감안할 때 정 부회장이 차곡차곡 지분을 늘려가는 게 실익이 있지만 신세계 총수일가 행보는 달랐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입지가 전문경영인들의 위상에 가려져 있으며 이명희 회장이 아들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 대표자 명의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신세계 대표는 구학서 부회장을 비롯해 석강 백화점부문 대표, 이경상 이마트부문 대표 등 세 사람의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의 전문경영인으로 신세계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이명희 회장의 이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부마의 초고속 승진도 관심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향후 후계구도가 정용진 부회장이 유통부문, 정유경 상무가 호텔 부문 등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시기가 언제가 됐건 정 부회장은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을 증여나 상속을 통해 확보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핵심에 구학서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고 당분간 정용진-구학서 체제는 존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유경 상무의 남편인 문성욱 신세계I&C부사장의 초고속 승진은 관심을 끌고 있다. 문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1일자로 입사 4년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재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전문경영진 주도의 그룹 경영을 보완하고 총수일가 한 사람을 전진배치해 정 부회장에 대한 입지를 강화시키려는 이명희 회장의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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