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은 옛말...중국, 세계 각국 공급망 이전에 ‘계절노동자’ 사라져

입력 2023-09-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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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IT 업계, 매년 수십만 명 채용
올해는 수요 적어 자취 감춰
“한국·일본 고객도 중국 이외 지역 생산 요청”
중소 하청공장은 폐업 위기

▲지난달 8일 중국 중부 장시성 지우장의 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지우장(중국)/AFP연합뉴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입지가 점점 더 흔들리고 있다. 중국 IT 업계의 연례행사였던 대규모 ‘계절노동자 모집 전쟁’이 올해에는 자취를 감췄다고 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중국 IT 업계는 매년 여름 수십만 명의 계절노동자를 채용해왔다. 미국 애플, 휴렛팩커드(HP), 아마존 등이 연말연시 대목을 앞두고 주문을 대폭 늘리는 데 대응하기 위해서다. 각사의 모집 경쟁이 너무 치열해 높은 시급과 보너스 등을 제공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 IT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의 경우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아마존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국 둥관시의 한 스피커 회사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제조 성수기를 맞아 계절 근로자 모집에 분주했겠지만, 올해는 수요가 적어 성수기 대응 추가 인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며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한 애플 공급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여름 구인시즌 중 근로자 확보를 위해 인력 회사에 추가로 4억5000만 위안(약 818억 원)을 낸 적도 있다”며 “올해는 비교적 쉽게 일손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수요 부진과 공급망 이전으로 인한 것이다. 대만경제연구원의 추시판 기술공급망 분석가는 “중국 내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미·중간 기술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공급망 이전 움직임이 가속하고 있다”며 “중국 고용환경이 개선되거나 인건비가 낮아지더라도 이러한 움직임은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애플과 아마존 등은 공급업체에 중국 이외 국가에서의 생산능력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개발업체 샘프러스의 한 임원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고객사의 일부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자사의 제품을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이전으로 대형 제조사에 납품하는 중소 하청 공장이 문을 닫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기둔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이 될 수 있다. 공급망 이전은 수요 저하와 고용 감소의 사이클을 형성해 중국이 직면한 경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윌리 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복잡한 경제 문제에 직면해 있고, 그것들이 서로 연관돼 있어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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