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체율 10% 미만 금고도 위험…자본적정성 '취약'한 사각지대 78%[새마을금고 현주소]

입력 2023-09-03 16:35수정 2023-09-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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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적정성 지표 '취약ㆍ위험' 61곳 중 48곳 연체율 10%↓
연체율 수준 '우수'인데 순자본비율 '위험'인 금고도 있어
정부 '부실 위험' 연체율 10% 기준, 감독 사각지대 낳을 수도
중앙회 "새마을금고법 따라 건전성 등 다양한 지표 관리 중"

(뉴시스)

정부가 새마을금고의 부실 가능성을 우려해 특별 점검 대상으로 잡은 기준은 연체율 10%가 넘느냐 여부다. 하지만 부실 대출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감당할 힘이 없는 곳은 오히려 연체율 10%를 넘지 않는 금고 중에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 정부 차원에서 새마을금고에 대한 대대적인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지만 연체율에 가려진 사각지대에 놓인 금고는 사실상 방치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3일 본지가 전국 새마을금고 1291곳의 정기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연체율이 10% 미만인 1182곳 중 순자본비율이 '취약(4등급)', '위험(5등급)'인 금고는 34곳이다. 같은 기간 연체율이 10% 이상인 109곳 중 순자본비율이 취약하거나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은 금고는 2곳에 불과했다.

위험가중자산대비자기자본비율이 6%보다 낮은 전체 61개 금고 중 78.7%(48곳)가 연체율이 10%를 넘지 않은 금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적정성이란 금융기관에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비할 충분한 자본을 갖추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순자본비율과 위험가중자산대비자기자본비율 등이 있다. 새마을금고 감독기준에 따르면 금고의 순자본비율이 2%이상 4% 미만이면 '취약', 2% 미만이면 '위험' 등급을 받게 된다. 위험가중자산대비자기자본비율은 3% 이상 6% 미만이면 '취약', 3% 미만이면 '위험'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경북에 위치한 A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9.43%로 10%를 넘지 않지만, 다른 지표가 좋지 않다. 유동성 비율은 77.68%로 지난해 동기(132.55%) 대비 반토막이 났고 자본적정성 지표는 순자본비율과 위험가중자산대비자기자본비율이 각각 6월 말 기준 0.71%, -2.02%로 집계됐다.

대구 B새마을금고도 마찬가지로 연체율은 9.03%이지만 순자본비율이 2.51%로 '취약' 등급을 받았다.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은 1.51%로 '위험'하다고 평가받았다. 전년 동기(4.4%)에는 '취약'이었는데, 1년 새 등급이 하락한 것이다.

연체율은 1등급이지만, 순자본비율이 5등급인 경우도 있다. 경북 포항 C금고는 연체율이 4.94%로 '우수'에 해당하지만, 순자본비율은 1.71%,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은 0.69%로 두 자본적정성 지표 모두 '위험' 등급을 받았다.

이들 금고는 연체율이 높지 않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당국이 최근 연체율 10%를 넘는 새마을금고를 대상으로 합동 특별검사 시행 계획을 밝혔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연체율이 10% 미만인 금고 1182곳의 평균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3.8%로, 10% 이상인 금고 109곳의 평균 연체율 13.9%보다 10.1%p 낮다. 연체율은 낮지만 유동성비율, 순자본비율 등 다른 지표가 좋지 않은 금고들 관리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

문제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른 감독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적정성 지표가 취약하거나 위험해도 종합등급이 '우량금고'에 해당하는 1, 2등급이라면 감독기준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종합등급은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네 개 지표 등급의 평균으로 정해진다. 새마을금고 감독기준에 따르면 자본적정성 지표가 4등급이어도 종합등급이 1,2등급이면 중앙회는 경영개선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게 된다.

실제로 자본적정성 지표는 모두 4등급인데, 종합등급은 2등급으로 평가받은 경우가 있다.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D금고는 6월 말 기준 순자본비율과 단순자기자본비율이 각각 3.26%, 1.77%이고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은 4.32%로 모두 '취약'인 4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종합등급은 2등급 '양호'로 나타났다. 연체대출금비율이 2.59%로 1등급으로 산정된 영향이다. 경북 E금고 역시 자본적정성 지표가 모두 4등급이지만, 자산건전성 지표가 모두 1등급인 탓에 종합등급은 2등급을 받았다.

자본적정성 지표가 '취약'해도 '양호'한 종합등급이 가능한 이유는 부문별 평가등급을 매길 때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부문의 가중치가 크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감독기준에 따르면 금고의 부문별 평가등급 산정 시 자산건전성의 가중치는 35%이고 자본적정성은 25%이다. 당국이 '연체율 잡기'에 집중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연체율만 보면 안 된다는 점은 금융당국과 행안부, 새마을금고중앙회 측도 인지하고 있는 점이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난달 31일 새마을금고 상반기 실적발표 백브리핑에서 "연체율은 감독당국입장에서 개별 금고의 건전성이 악화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관리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개별 금고가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느냐에 있어서는 연체율뿐만이 아니라 자본적정성 지표를 봐야 한다"고 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행안부 '특별검사'와는 별개로 2년에 1회 진행하는 정기검사를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앙회 임원은 "연체율은 건전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고 금고 전체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진 않는다"며 "행안부는 연체율이 현안으로 떠올랐던 7월 당시 특별대책을 발표하다 보니 연체율 10%를 강조한 것 같고 이와 별개로 중앙회는 법에 명시된 검사 주기에 따라서 하반기에 전체 금고를 점검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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