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긴급진단] 인프라 파괴에 재건사업까지...기후변화 또다른 복병 전쟁

입력 2023-08-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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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악순환의 고리

우크라 전쟁 첫 1년간 탄소 배출 1억2000만 톤 달해
대형 화재는 전쟁 1년 전보다 36배 급증
재건 과정서도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될 듯

1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많은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기후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이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또 다른 복병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6월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의 노바 카호우카 댐이 폭파돼 인근 지역에 홍수가 발생했다. 피해는 예상보다 컸다. 수량 18㎦에 달하는 저수지를 끼고 있던 댐이 무너지면서 100만 명의 이재민이 당장 마실 식수 부족에 시달리게 됐고, 일부 지역은 아예 수몰되거나 황폐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당시 댐 폭파로 인근 마을 80개 곳이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쟁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독일 일간 도이체빌레에 따르면 ‘전쟁 온실가스 산정 이니셔티브’가 지난 6월 비행기에서부터 탱크 등 전쟁 무기의 연료 사용, 무기생산, 공격으로 인한 화재와 인프라 파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 첫 1년 사이 순수하게 전쟁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1억2000만 톤(t)에 달했다. 이는 2019년 1인당 배출량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7번째로 높은 벨기에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해당 분석 보고자의 핵심 저자이자 전쟁 관련 환경 전문가인 레너드 데 클레르크는 “두 국가 군대의 배출량을 계산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산치는 보수적인 추정”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7월 20일 소방관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화재가 난 한 주택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데사(우크라이나)/AP뉴시스
특히 공격으로 인한 교통·인프라 화재로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전체 전쟁 관련 탄소배출량의 15%에 달하는 18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쟁 첫해 동안 대형 화재는 전쟁 전보다 36배 급증했다. 전쟁 기간 러시아의 화석연료 사용은 전체 배출량의 64%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탱크를 비롯한 러시아 군사 장비가 노후화해 효율성이 떨어진 영향이다. 석유저장소와 가스 발전소가 공격을 받아 폭발하면서 우크라이나 내 경유 사용도 급증했다. 데 클레르크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사이에 비효율적인 디젤 발전기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내에서 총 2300여 건의 환경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관련 증거를 모두 수집해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계획이다.

전쟁이 끝난 후 도시 재건 과정에서도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는 탄소 집약적인 시멘트와 콘크리트, 강철과 같은 건설자재가 막대하게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데 클레르크는 “계획된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의 예상 탄소 배출량은 전쟁 첫해 당시 배출량의 42%에 달할 것”이라면서 “가장 큰 탄소배출량은 우크라이나 미래 재건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다시 석탄발전 카드를 꺼낸 것도 지구 온난화 문제에 부담을 키우는 요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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