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IB ‘저성장’ 경고, 광산의 카나리아로 알아야

입력 2023-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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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센터가 그제 JP모건 등 8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치가 1.9%에 그쳤다고 밝혔다. 2월 2.1% 전망에서 3월 2.0%로 하강하더니 급기야 1%대로 떨어졌다. 해외IB는 올해 성장률도 평균 1.1%로 매우 저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1%대라면 2년 연속 1%대 성장률이 작성된다. 2년 연속 1%대 성장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4년 이래 단 한 번도 기록된 적이 없다.

경제 성장률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우리 경제는 수출 주도형 체질로 전환한 이래 제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했던 2020년에 각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성장률이 저조하면 일자리 가뭄이 초래되고, 그 직격탄은 사회 첫발을 내딛는 젊은 세대에 집중되기 일쑤다. 과거의 뼈아픈 경험은 성장률과 일자리의 정비례 관계를 명확히 입증한다. 해외IB의 전망 평균치가 1%대에 그친다는 것은 젊은 세대를 기다리는 좋은 일자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대량으로 증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1998년 등의 참담한 기억이 재연될까 봐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낙관론이 없지는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전망치를 앞서 5월과 같이 1.5%로 고수했다. 수출 호전 가능성도 점쳤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유사한 관점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국내 민간연구기관의 경기전망은 해외IB의 경고와 유사하게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들의 올해 전망치는 1.3%, 1.2%에 그치고 있다. 국내외 ‘저성장’ 경고를 광산의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카나리아의 울음소리로 간주하고 대비책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상저하고’ 전망의 근거로 삼는 중국 경제도 심상치 않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가 202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0.3%)로 돌아선 데 이어, 어제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소매판매(2.5%)와 산업생산(3.7%) 등 실물 경제지표도 일제히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 부동산 매출 1위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불안감도 심상치 않다.

우리 경제·사회 현실이 일본의 30년 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1990년대 장기 침체가 시작되는 비상한 국면에 정치·경제 리더십 부족에 발목이 잡혀 방향을 잃고 헤매다 ‘잃어버린 30년’의 지옥문을 열었다. 반면교사가 따로 없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선제적인 구조개혁으로 군살을 덜어내고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고용 개혁도 급하다. 금융 부문의 불안을 덜 과제 또한 방치할 선을 넘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부터 도모할 일이다. 규제·세제 개혁을 통한 신성장산업 육성과 신시장 개척도 국가적 급선무다. 시간을 낭비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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