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입원제 포함해 안전의 길 폭넓게 검토할 때

입력 2023-08-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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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고 글 파문이 커지자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어제 살인예고 글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최근 살인예고 글을 게시해 검거된 67명 중 성인 6명을 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법무부는 서구권 입법례를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 독일 등은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협박에 엄벌주의로 대처한다. 최우선으로 공중협박 처벌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 관련 법제의 보완도 필수적이다. 인터넷 공간이 복마전으로 자리 잡게 계속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법무부는 어제 “공중의 생명·신체에 대한 공포심을 야기하는 문언 등을 공공연하게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살인예고 글은 결코 장난으로 간주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다. 검찰은 “국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경찰력을 적시에 필요한 곳에 쓸 수 없게 만드는 중대 범죄”라고 했다. 최근 살인예고 글 파문 때문에 경찰특공대, 장갑차가 동원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인적·물적 낭비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 장난을 빙자해 예산 낭비와 치안 공백을 부르는 행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제 보완만 기다릴 일도 아니다. 검경은 기존 법체계에서도 가능한 최고의 처벌로 대응해야 한다.

서울 신림역과 경기 분당 서현역 일대에서 벌어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과 대전 교사 피습 사건의 피의자들에게서 정신 질환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숙제다. 매년 발생하는 살인 등 5대 범죄 중 정신질환자 범죄 비율은 0.6%에서 0.7% 수준에 그치지만 이번과 같이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낳는 ‘묻지마’ 범죄는 통계 이상의 충격파를 빚게 마련이다. 국민 모두가 이런 범죄에 노출될 개연성이 없지 않은 까닭이다.

중증정신질환자들에 대해 현행법은 보호 의무자에 의한 보호입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신청하는 행정입원 등의 제도를 두고 있다. 실은 무용지물이다. 가족 갈등, 소송 우려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현실이 이렇다면 생각을 바꾸고 제도를 손봐야 한다. 의료계가 주장하고 법무부가 검토 중인 ‘사법입원제’가 새길이 될 수 있다. 사법입원제는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때 법원이나 준사법기관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미국 대부분 주와 프랑스·독일 등에선 법원이, 영국·호주 등에선 정신건강심판원이 각각 결정권을 행사한다.

국민 안전의 길을 새롭게 찾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사법입원제를 비롯한 선택지들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선택지마다 인권 침해 가능성 등 부정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숙의 과정을 통해 독소를 뺄 수 있다. 서구권도 그런 과정을 거쳐 다양한 안전 강화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묻지마’ 테러에 맞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경찰에 대한 면책권 확대, 정당한 업무 집행 보장, 정당방위의 폭넓은 인정 등도 절대 등한시하지 말아야 할 필수 검토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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