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미래 공급망’의 핵심 인도 잡아야

입력 2023-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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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시장 크고 고급노동력 풍부
정치안정·일관된 경제정책 장점
국교수립 50년 경제협력 강화를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정·관계와 기업들이 보인 반응은 요즘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위상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미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인도와의 첨단·우주·방산기술 분야의 협력계획을 발표했고, 의회는 모디 총리에게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상하원 합동연설의 영예를 주었다. 또 테슬라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모디 총리와 현지 투자방안을 협의했다.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프랑스 호주 일본 사우디 등 서방진영과 중국 러시아도 요즘 인도 끌어안기에 여념이 없다.

왜 많은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인도와의 관계 증진에 혈안일까? 그 이유는 △최근의 국제정치 상황, △인도시장 잠재력, △글로벌 공급망 변화의 세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국제정치적으로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 중국의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에 미국은 쿼드(Quad)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으로 대응하는데, 인도는 그 핵심 위치에 있다.

인도의 시장 잠재력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막대하다. 인도는 작년 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되었고, 2063년에는 17억 명에 달할 거라고 한다. 그리고 G20 국가 중 유일하게 매년 6~8%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어서 현재 세계 5위인 국내총생산(GDP)이 2029년에는 일본 독일을 제치고 3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가장 중요한 인도의 위상 변화는 공급망과 관련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미-중 패권경쟁, 중국의 비즈니스환경 악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공급망 차질을 경험하면서 중국을 대체하거나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과 시장을 분산하기 위한 제3의 국가가 필요해졌는데, 그 대상으로 인도가 최고로 꼽힌다. 인도는 소비시장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고급인재 확보 용이성, 중국보다 훨씬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등 공급망 허브로서의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도의 경제규모와 국민소득이 중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도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평가 기준 경제규모가 세계 3위이고, 평균연령이 28세(중국 38세)로 부양가족 비율이 낮은 점 등을 감안하면 시장 잠재력은 대단하다. 최근 한 미국 투자은행은 2075년에 인도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 환경오염, 전력·교통 등 인프라 부족, 종교 갈등, 중앙정부-주정부 간 엇박자, 관료주의 병폐와 부패 등 열악한 비즈니스환경을 약점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기업환경지수(DBI) 면에서 인도는 우리 기업들이 많이 투자하는 아세안 국가들보다 좋고, 실제로 1990년대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성공적으로 현지에 정착한 점을 감안하면 그런 점은 큰 장애요인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어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인도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액이 연간 400억~600억 달러에 이르고, 글로벌기업 1200개사가 인도를 유망투자국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것만 해도, 마이크론(메모리반도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반도체장비), 테슬라(전기차), 애플(스마트폰), 아마존(전자상거래플랫폼), 구글(디지털센터) 등이 막대한 규모의 인도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중국 최대의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도 인도 투자를 희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자세를 살펴보자. 우리는 신문과 TV의 부정적 보도로 인해 인도가 ‘더럽고, 미개하고, 게으른’ 나라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또 과거 인도 사업에서 실패한 주변 기업 얘기만 듣고, ‘절대 인도 관련 사업은 안 한다’고 작정한 기업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기업의 대인도 직접투자는 현재까지 78억 달러로 전체의 1%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하려 야단법석인 최근에도 연간 4억~6억 달러에 불과해 미국(285억) 중국(85억) 베트남(18억) 등에 대한 투자와 비교하면 너무 경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2월이면 인도와 국교를 수립한 지 50년이 된다. 이 계기에 수교기념 사업 등 경제협력 모멘텀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추진될 텐데, 정부와 기업들이 최근 인도의 높아진 가치를 반영한 최적의 전략을 추진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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