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링컨은 왜 ‘분노의 답장’을 서랍에 넣었나

입력 2023-08-02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급한 성미 다스려 다음날 재확인
물리적 시간둬 여유·배려 찾게해
고도경쟁에 지친 몸 숨통 틔우길

얼마 전 스스로 삶을 마감한 한 젊은 교사의 비보로 전 국민이 슬픔에 이어 분노에 잠겼다. 그리고 불과 며칠 사이에 이제 그 화살은 유명인의 아이부터 체벌 효용론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시야에 따라 다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를 가볍게 능가하던 한 이차전지 회사는 드라마틱한 속도로 바닥을 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많은 사람이 손실을 보게 됐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워런 버핏에게 어느날 이렇게 물어보았다. “당신의 투자방법은 매우 단순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나요?” 그러자 버핏이 말했다. “아무도 천천히 부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거든요.”

한편, 묻지마 범죄가 구로동의 길거리에서 여러 사람을 향해 일어나기도 하고, 카페에서 화를 참지 못한 고객이 음료를 사장에게 던져 경찰서에 가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이 시대만의 문제일까? ‘인내는 모든것을 이긴다’, ‘와신상담’ 등 참을성에 대한 덕목이 동서양에서 속담과 격언으로 돌고 있고, 젊은 시절의 모욕을 참고 대성한 한나라 대장군 한신의 고사 등이 전해지는것을 보면 예전부터 사람은 잘 참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모든 사건마다 쫓아가며 겨누는 서로에 대한 비난의 손가락이 아니라 인간은 원래 참을성이 약하다는 본성이 아닐까? 특히 아이들은 어른만큼의 이성이 없으므로 감정에 취약하고, 상황의 힘은 굉장히 강력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일수록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절제심에 호소하는 해결책은 당연한 얘기이지만 실효성을 거두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는 잘 절제하지 못하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절제를 하는 것은 오랜 수련과 습관으로만 가능하고, 개인 편차가 크며, 상황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는다.

바꿔 이야기하면 스스로 절제력을 기르려면 상황을 바꾸거나 스스로 수련을 쌓아야 한다. 타인의 경우에는 훨씬 어려워서 부모와 자녀 사이라도 의도된 입력과는 전혀 다른 출력의 결과를 갖기 일쑤다. 그것은 결국 불특정 다수의 타인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제도와 정책에 기대는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시민의식이란 개인의 성숙이 모였을 때 비로소 집단 상향이 가능하므로 시간이 매우 걸린다. 우리나라도 중국도 올림픽 이후에야 노상방뇨가 줄어들었다.

결국 사회가 성숙하고 있다면 우리에게 쟁점은 과도기의 혼란이 된다. 우리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과거와의 충돌, 이상향과 약한 본성과의 괴리를 극복해야 한다. 여기서 배려와 관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맞지만, 사건이 막상 터졌을 때 당사자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분노나 슬픔에 쌓이면 그런 멋진 가치는 귀에 들어오지도, 떠오르지도 않는다.

이때 실용적인 대안으로 물리적인 시간을 두고 다시 보는 것을 하나 제안하고 싶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인 링컨은 급한 성미로 평생을 살았다. 남북전쟁 당시 링컨은 승패에 민감했고, 각종 보고 편지를 받으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런데 링컨은 분노의 답장을 서랍에 두고 다음날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그 편지는 대부분 발송되지 않았다.

물리적인 시간을 의도적으로 배정하면 뇌는 상황을 다시 해석하고, 환경은 새로움을 불어넣을 기회를 받는다. 우리는 절제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2회차를 주고, 마음이 숨쉴 시간을 제공하자. 고도 경쟁과 압축 성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친 사회 곳곳에 그 숨이 여유와 배려를 불어넣을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