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듯한 중국, 말라 붙은 미국, 통제 불능 유럽…폭염·산불에 비상 걸린 전 세계

입력 2023-07-30 17:00수정 2023-07-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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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로이터·AP·EPA연합뉴스/시각중국 캡처
전례 없는 폭염과 이에 따른 산불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여름 선인장마저 고사하는 극심한 더위에 미국 기업들은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이달 중순 기온이 섭씨 52도를 넘어 중국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중해 국가들은 2주 넘게 지속된 산불로 관광산업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선인장마저 말라 죽은 미국, 텍사스주 12조원 경제손실 위기

29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올해 많은 지역에 폭염 주의보·경보가 내려진 미국에서는 극심한 더위에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레스토랑과 술집, 기타 사업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레스토랑은 무더위로 인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급감했고, 유타주에 있는 한 음식점은 열사병 위험으로 문을 닫았다.

특히 올해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에 직면한 텍사스에서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한 달간 관광·엔터테인먼트·레크레이션 부문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이 2019~2022년 동기 대비 약 20%가량 급감했다. 들끓는 기온으로 인해 이들 산업의 수요가 줄면서 일거리가 감소한 탓이다.

무더위가 계속 지속될 경우 텍사스가 수십억 달러의 경제 손실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리서치업체 페리먼그룹은 다음 달까지 폭염이 이어지면 텍사스의 올해 주내총생산(GSP)이 95억 달러(약 12조 원)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29일째 최고 기온이 43도 이상을 기록하면서, 고온을 견디지 못해 사막 식물 대표인 선인장이 말라죽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구아로 선인장은 이 지역의 명물인데, 필수적인 생명 활동을 해야 하는 밤에도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생장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피닉스가 위치한 애리조나주 매리코파 카운티 보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25명이 더위와 관련해 목숨을 잃었다. 극심한 더위에 달궈진 아스팔트 바닥이나 금속 물질에 데여 화상을 입는 사고도 급증했다. 미국 애리조나 화상센터는 입원환자 45명 가운데 3분의 1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표면에 접촉해 심각한 화상을 입은 환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50도 넘는 폭염 속 사막 횡단 관광객 숨져

중국에서는 최근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50도가 넘는 폭염의 사막을 차량으로 횡단하던 관광객들이 숨졌다. 4명이 탑승한 차량은 당국의 승인 없이 지표면 온도가 70도에 육박하는 사막 지대에 진입했다가 26일 연락이 끊겼다. 수색대가 다음 날 차량을 발견했지만 3명이 죽고, 1명은 실종됐다.

중국은 북부와 신장 등 서북 지역이 지난달 중순부터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유럽·북아프리카, 2주 넘게 지속 산불에 관광산업 고사 직전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남유럽과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등 지중해 전역을 집어삼킨 산불로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인명피해는 물론 이 지역의 경제를 지탱하는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받으면서 주민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세계적 휴양지인 로도스(Rhodes)와 코르푸 등에서 2주 넘게 산불이 이어졌다. 불볕더위와 강풍이 만나면서 대형 산불과 크고 작은 화재로 이어졌다. 전날까지 최근 열흘 사이 그리스 전역에서 총 66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6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산불은 여름 휴가철 극성수기에 발생한 탓에 피해가 컸다. 로도스섬 경우 약 2만 명의 관광객이 섬을 탈출하는 극도의 혼란을 빚었다. 일부 관광객은 다급히 탈출하는 바람에 여권 등 소지품을 챙기지 못하거나 수영복 차림으로 대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디언은 “그리스에서 발생한 역대 가장 큰 대피 행렬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스 기상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최소 5명이 목숨을 잃었고, 5만 헥타르의 숲과 초목이 전소됐다. 그리스 중부 공군기지에서는 27일 밤 산불로 탄약고가 폭발해 기지가 폐쇄되고 인근 주민 2000명 이상이 대피하기도 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 포르투갈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이탈리아는 시칠리아섬이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 레감비엔테는 이탈리아에서 올해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7만3408개 면적의 땅이 불탔다고 분석했다. 알제리에서는 산불로 34명이 사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폭염이 2조 달러(약 2556조 원) 규모의 유럽 관광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관광산업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9%(2021년 기준)에 달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9.1%, 8.5%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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