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몰 조세지출 71건 중 65건 연장…13.6조 '허리 휘는 국가재정'

입력 2023-07-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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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청사 전경. (연합뉴스)

걷어야 할 세금을 받지 않아 보조금을 준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조세지출. 올해까지만 운영될 예정인 조세지출 71건 중 65건이 연장됐다. 금액으로는 13조6000억 원에 달하며 국가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 71건 가운데 58건의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여기에 구조를 새롭게 바꿔 기한을 늘리는 7건까지 포함하면 65건이 연장된다. 연장률은 91.5%에 달해 예정대로 종료되는 건수는 6건(8.5%)에 그친다.

조세지출은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받지 않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지원해 주는 조세 감면을 말한다. 정부가 조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직접 지원해 주는 예산 지출과 대칭되는 개념으로 동일한 액수만큼의 보조금을 준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숨은 보조금(hidden subsidies)'으로 통한다.

최근 5년 조세지출 종료 비율을 보면 2019년 20.6%, 2020년 18.5%로 20% 선을 유지했으나, 2021년 10.5%와 2022년 13.5%로 떨어졌다. 올해는 아예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이런 조세지출 연장, 즉 조세지출 확대는 결국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특히 기한 연장이 계속 되풀이되고 수혜층은 이를 당연한 혜택으로 인식하게 되면 제도 정비 자체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올해 일몰대로 종료되는 6건 가운데 3건은 최근 5년간 감면실적이 아예 없었던 제도다. 이는 수혜층의 조세저항을 넘어서기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조세 전문가는 "포퓰리즘 예산지출과 마찬가지로 조세지출 연장 역시 정치권의 표 계산과 무관하지 않다"라며 "현재 1~2년마다 대형 선거가 이어지는 정치구조 탓에 조세지출 구조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조세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 재정에 압박이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번에 연장된 65건의 올해 감면액 전망치는 13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내년 국가재정에 최소 13조 원대의 세수 증대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5년간(2024~2028년) 4719억 원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는 전년도 기준으로 세수 증감을 따지는 '순액법'에 따른 것으로, 실제 세수 감소분을 보여주는 '누적법(기준연도 대비 방식)'을 적용하면 세수 감소분은 3조702억 원에 달한다.

민간연구소인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72조4000억 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로 13조 원,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약 3조 원 등 2022∼2028년 감세효과가 총 8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체 국세 수입 규모를 고려하면 세수 중립적인 수준이고,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 반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전반적으로 세 부담 경감이 불가피하다"라며 "세수 부족은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한다면 세수 부족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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