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1000만 노인 시대' 대비, 노인 일자리가 전부는 아니다

입력 2023-07-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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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88만3000명인 노인 일자리가 2027년 120만 명까지 늘어난다.

재정을 활용한 노인 일자리 공급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올해 930만 명인 노인(65세 이상) 인구는 930만 명에서 1167만 명으로 는다. 이들의 상당수는 국민연금 등 노후준비가 미흡하다.

주된 배경은 장년기 고용불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55~64세 장기실업(1년 이상) 발생률은 38%로 15~24세의 두 배를 넘었다. 55~64세 취업자 중 근속기간 1년 미만 근로자 비율도 33%로 25~54세(25%) 대비 8%포인트(p) 높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콜롬비아(19%), 칠레(16%)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회원국은 이 비율이 10%를 밑돈다. 열악한 고용 안정성은 연금 납입기간 공백을 늘려 연금액을 낮춘다.

노인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시장을 통한 일자리 공급일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없다. 제조업, 건설업 등에선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을 기피한다. 경비원, 주유원 등 전통적 노인 일자리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과 셀프 주유기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식당, 카페 등 대면 서비스업에선 손님들이 노인 점원을 원치 않는다.

결국, 공공부문이 나설 수밖에 없다. 관건은 ‘어떤 일자리’를 공급하느냐일 것이다.

노인 일자리 유형 중 하나인 민간형은 노인을 채용한 기업에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구조다. 보건복지부는 민간형 노인 일자리를 올해 10만 개에서 2027년 18만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공익·사회서비스형보다 재정부담이 덜하고,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단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지원금을 받을 목적으로 노인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면, 노인들은 노동력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민간형 노인 일자리의 양적 확대만큼, 생산성 측면에서 ‘노인을 채용하는 게 비합리적 선택이 아닌’ 일자리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절실하다. 49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해 재취업, 실업, 재취업을 반복하는 게 현실이다. 한때는 은퇴자들이 퇴직금 털어 치킨칩 차렸다가 3년도 못가 줄폐업하는 게 사회 현상이었다. 이렇게 연금 납입기간을 날리고, 충분한 자산을 쌓아놓지 못한 장년층은 미래에 가난한 노인이 될 거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모든 기업에서 정년이 보장되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재취업이라도 쉬워야 한다. 실직 전 전직·이직 준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고용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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