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3.3만㏊ 이상 침수…ASF 확산 우려도 커져
폭우가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3만3000㏊ 이상의 농지가 피해를 입었다. 여의도 면적의 약 114배에 이른다. 가축은 약 80만 마리가 폐사했다. 농축산물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발생해 먹거리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호우 피해로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채소에 대해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에서의 출하를 확대하는 한편 비축 물량 방출과 할당관세 물량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침수와 낙과 피해가 접수된 농지는 3만3005㏊로 집계됐다. 피해 유형별로 침수가 3만2895㏊, 낙과가 110㏊ 등이다. 가축은 총 79만7000마리가 폐사했다. 닭이 73만8800마리, 오리 44만9000마리, 돼지 4100마리, 소 300마리 등이다.
농지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농산물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금치 4㎏ 도매가격은 5만4840원으로 일주일 전인 12일 3만9580원에서 38% 넘게 올랐다. 평년 2만4439원과 비교하면 무려 124%가 오른 수준이다.
적상추도 4㎏ 도매가격이 5만9720원으로 일주일 전(4만2960원)에 비해 약 39%, 평년(3만3359원)에 비해서는 80% 이상 오른 것이 확인됐다. 얼갈이배추 4㎏은 1만4260원으로 한 달 전 6105원에서 2배 이상 올랐고, 다다기계통 오이 100개 도매가격은 7만5200원으로 한 달 새 3만5000원이 비싸졌다.
게다가 장마가 중남부지역에 집중되면서 충남 논산·부여, 전북 익산 등에서 시설원예 피해가 크고 상추, 멜론 등의 공급 감소로 한동안 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집중호우에 생산 차질도 크고, 출하도 멈춰버리면서 도매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라며 "생산량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후 폭염과 태풍까지 겹치면 병해충도 발생할 수 있고,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발생하면서 물가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8일 강원도 철원 양돈농장에서 도축장 출하 검사를 통해 양성축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농장에서는 돼지 약 6800마리를 사육 중으로 철원군과 북부지역 9개 시·군(강화·김포·파주·연천·화천 등)에는 19일 0시부터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발령됐다.
특히 최근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오염원이 농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커져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식품부도 이날 한훈 차관 주재로 집중호우에 따른 농축산물 수급 영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호우 피해로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상추 등 시설채소는 피해가 없는 지역과 대체소비 가능한 품목의 출하를 확대하기 위해 인센티브 지급을 검토한다. 또 농협중앙회와 함께 피해농가 무이자 자금 지원, 영농자재 무상·할인 공급 등도 추진한다.
고랭지 배추·무는 장마철 이후 병해 확산 방지를 위해 산지 농업기술센터, 농협 등과 협업해 방제를 지도하고, 수급 불안에 대비해 정부 비축 물량(배추 1만 톤, 무 6000톤)을 방출한다.
축산물은 축사 집중 방역과 함께 공급이 부족한 닭고기의 공급량 확대를 위해 종란 수입, 계열업체 추가 입식을 지원한다. 8월까지 할당관세 3만 톤 물량도 전량 도입한다.
아울러 집중호우로 가격이 급상승한 양파, 상추, 시금치, 깻잎, 닭고기 등은 20일부터 농축산물 할인 지원(1주일 1인 1만 원 한도로 20~30% 할인 지원) 품목으로 선정해 물가 부담 완화에 나선다.
한 차관은 "앞으로도 한동안 장마가 지속되는 만큼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진흥청, 농협 등 관계기관과 함께 노력하는 한편, 수급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수급 불안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