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만에 재건축인데…꼼수 설계안 공방에 압구정 '미니 신도시' 시작부터 삐걱

입력 2023-07-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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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2~5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현황 (자료제공=서울시)

압구정의 '미니 신도시' 탈바꿈 계획이 압구정3구역 꼼수 설계안 공방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시와 조합의 대립이 지속되면 압구정 재개발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대로 멈춰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은 서울시의 공모절차 중단 시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총회를 열고 희림건종합건축사무소 컨소시엄을 설계업체로 선정했다. 이에 서울시는 공모 자체가 무효라며 제동을 걸었다.

또한 서울시는 희림건축이 공모지침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시하며 조합원 등을 속이려 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희림건축은 용적률 최대한도 300%가 넘는 360%를 적용하고 임대주택이 없는 설계안을 내놨다가 총회 당일 용적률을 300%로 하향한 안을 다시 냈다.

서울시와 조합의 강경 대응이 계속되면 압구정3구역의 재건축이 진전되기 어려운 만큼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시가 사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인허가 단계마다 제동을 건다면 속도를 내지 못할 게 분명하고 과거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엎어졌던 성수동 사례처럼 될 수도 있다"며 "조합은 서울시의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면 사업성이 없어서 사실상 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압구정3구역의 재건축이 멈추면 압구정 미니 신도시 구상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시가 마련한 압구정 2~5구역 신속통합기획안의 핵심은 개별단지 차원의 계획을 넘어 이 일대를 하나의 도시로서 경관, 보행, 녹지, 교통체계 등이 일관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대상 지역 중 한 곳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체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다.

특히 3구역은 위치가 중앙에 있을 뿐 아니라 2~5구역 재건축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가장 크다. 재건축으로 들어설 1만1800여 가구 중 3구역이 5800가구로 절반 수준이다. 2구역은 2700가구고 4·5구역은 총 3300여 가구다.

최악의 경우 압구정 재개발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지만, 서울시가 강경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재건축이 마무리되더라도 압구정 2~5구역 신속통합기획안을 온전히 구현하지 못한 '반쪽짜리'란 평가를 받게 될 수 있는 데다 원칙 위반 사례를 흐지부지 넘긴다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택·건축 분야 핵심사업인 신통기획의 추진동력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압구정 재건축은 규모와 입지 등 모든 면에서 상징성이 크고 앞으로 진행할 도시정비 사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정한 신통기획안의 원칙을 훼손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며 "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급량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에서 공공기여, 녹지조성, 지역사회와의 통합 등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의 향후 행보를 고려해봐도 서울시가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은 압구정 재개발이 충분히 공공성 확보하면서 더 많은 시민, 나아가 한강 변 개발을 통해 서울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냐 아니면 해당 단지 주민만을 위한 길을 열어주느냐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며 "소수보다는 다수, 특정 지역보다는 사회 전체를 위한 정책 실행력을 보여줄 기회를 날려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조합이 서울시의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고 희림건축을 설계업체로 선정한 것을 공공기여 등을 줄여 이익을 끌어올리려는 힘겨루기 시도로 보고 있다. 최근 사태를 놓고 조합원들마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압구정3구역은 이미 10년전 기부채납 문제로 시와 갈등을 벌여 한차례 사업이 지연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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